
올해 첫 영하권을 기록한 매서운 한파에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시험장 앞은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가득 찼다. 자원봉사자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손길들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 용산고 교문 앞은 14일 오전 7시부터 수능 시험을 응시하는 선배들을 응원하는 고등학생 6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학생들은 저마다 북을 치고 피켓을 흔들며 시험장에 입장하는 선배들에게 응원을 건넸다. 중구 이화여고 앞에서도 보성여고와 배화여고 등 학생 70여명이 모여 부부젤라와 북, 꽹과리 등을 치며 자체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경복고 1학년 이재준(16)군 등 20여명은 이날 오전 4시부터 선배들에게 나눠줄 초콜릿 등 간식과 북 등 응원도구를 챙겨 시험장 앞에 나왔다. 이군은 “2년 뒤엔 응원석이 아닌 시험장 문 안쪽에 발을 내딛을 생각을 하니 오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언니를 응원하러 온 보성여고 1학년 박성희(16) 양은 “공부는 잘 하지만 긴장을 많이 하는 언니에게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 나왔다”며 응원가를 불렀다.

오전 7시30분이 지나면서 학부모들과 함께 시험장 앞까지 온 수험생이 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저마다 수험생을 안아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짧게 기도한 뒤 수험생들을 들여보냈다. 시험장 앞에서 밝은 모습으로 셀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학부모 김인배(57)씨는 아들의 두 팔을 힘껏 잡고 사자성어 ‘진인사대천명’을 크게 외친 뒤 아들과 헤어졌다. 김씨는 “살아가는 것이 계속 시험인데, 아들이 첫 시험을 치르는 것 같아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전모(50)씨는 “전날 아이가 저녁 9시에 잠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는 모습을 봤다”면서 “대신 수능 문제를 풀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을 배웅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입실 마감 시간을 전후해서는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입실 마감 4분 전인 8시6분에는 용산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다른 시험장에 왔다’며 울먹였지만 다행히 수험생을 내려준 바이크동호회 ‘모닝캄’ 자원봉사자가 곧바로 수험생을 태워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화외고에서는 8시10분에 수험생을 태운 경찰차가 급하게 방향을 틀면서 교문을 긁기도 했다. 8시13분에는 시험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이 이화여고가 아닌 이화외고로 다급히 이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시험장 관계자는 “지각하는 수험생들을 최대한 구제하기 위해 8시38분까지는 문을 열어둔다”고 전했다.

수험생과 가족 경찰 관계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권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자양동의 한 음식점에서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구 관계자는 “수능 당일 사정 상 아침식사를 못하고 입실하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수험생들을 안전하게 수송해주는 경찰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수능 당일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사고도 이어졌다. 광주 남구와 경남 김해에서는 이날 오전 7시쯤 수험생이 탄 엘리베이터가 멈춰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소방당국은 학생들을 구출한 뒤 각각 경찰차와 구급차에 태워 시험장까지 이송해 입실을 도왔다. 소방 관계자는 “학생들이 모두 놀라서 울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면서 “사고가 있었지만 액땜이라 생각하고 시험을 잘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윤태 박구인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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