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정부 공식문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성노예(sexual slavery)로 부르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한국 정부도 이를 확인했다’는 주장을 실어 논란이 예상된다. 주장의 근거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로, 한국 정부가 공식 명칭을 ‘성노예’가 아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표현을 쓰지 않는 것과 성노예 상태를 부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한·일 정부가 ‘합의’했다는 식의 주장은 억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도 일본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 외무성이 펴낸 2019년 외교청서를 11일 확인한 결과, 자료편 ‘위안부 문제 참고 자료’에는 한국 측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성노예’로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에 어긋나며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라며 “이 점은 (12·28) 한·일 합의 때 한국 측도 확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한·일 간 위안부 문제가 정치·외교 문제화한 1990년대 이후 위안부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사실을 조사받았지만 군과 정부에 따른 ‘강제 연행’은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도 주장했다.
외교청서에는 2016년 2월 16일 스기야마 신스케 당시 외무성 외무심의관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발언, 2017년 2월 미국 글렌데일시에 대한 위안부 동상 소송 의견서, 2018년 2월 호리이 마나부 일본 외무성 정무관의 유엔인권이사회(UNHRC) 발언, 같은 해 8월 오타가 마사토 일본 유엔대사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발언 등 성노예 관련 발언이 총 4차례 언급돼있다.
정부는 일본 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외교부는 “우리 측은 위안부 합의 당시 우리 측이 동의한 것은 위안부 문제와 관한 우리 정부의 공식 명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이었다는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일본이 외교청서를 발간했을 때, 외교부가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할 때에도 이런 사항에 대해 분명히 항의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2017년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었던 오태규 주오사카 한국총영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토 보고서에 나와 있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12·28 위안부 합의’ 과정을 검증한 한국 측 태스크포스(TF)이 2017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노예 표현’과 관련해 일본 측은 “한국 정부는 앞으로 ‘성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함”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한국 측은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임을 재차 확인함”이라고 대응했다.
외교부 설명대로 한국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공식적으로 밝혔을 뿐 성노예 표현이 잘못됐다고 동의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성노예 표현은 사실에 어긋나며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한국 정부가 한·일 합의에서 확인했다”는 주장은 억지 주장인 셈이다. 1992년 유엔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였다고 처음 주장한 도쓰카 에쓰로 변호사도 외교청서에 대해 “평범하게 읽으면 성노예라는 표현이 사실에 반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한국이) 동의했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말도 안 되는 것이 쓰여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근혜정부 당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TF는 “한국 정부가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본 쪽이 이러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면서도 라고 언급했다. 도쓰카 변호사도 TF보고서에 한국 정부의 동의 기록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기로 약속한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최승욱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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