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끔찍한 하루를 보냈다. 거친 백태클로 상대 선수의 발목 골절상을 야기한 손흥민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야속한 건 빽빽한 경기 일정이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른 후 대표팀 합류를 위해 1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로 이동해야 한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팀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할 전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벤투호는 14일 레바논과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4차전 원정경기를 벌인 후 19일엔 UAE에서 축구명가 브라질과 6년 만의 평가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이번에도 명단에 포함돼 대표팀의 공격을 이끈다.
이번 A매치 2연전은 대표팀에 중대한 기로다. 한국은 역대 베이루트 원정에서 1승 2무 1패로 고전했다. 2011년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선 1대 2로 패해 조광래 전 감독이 경질된 ‘레바논 참사’가 일어난 적도 있다. H조에서 북한에 골득실차로 앞서 1위에 올라있는 한국으로선 이번 원정 승리로 안정적 선두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FIFA 랭킹 3위 브라질전은 최강팀을 상대로 대표팀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대표팀으로선 에이스 손흥민의 멘탈을 다잡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손흥민은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전에서 후반 33분 안드레 고메스에 백태클을 시도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넘어지며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한 고메스는 발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오른발의 방향이 측면으로 돌아간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손흥민은 곧 머리를 부여잡고 오열하며 괴로워했다. 충격에 고개조차 들지 못할 정도였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 전공)는 “손흥민의 성정 자체가 독한 게 아닌데다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면서 “고의가 아닌 경기의 한 부분으로 발생한 상황이라 극복하고 다음 경기에 나서는 게 프로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유명 팀들엔 스포츠심리를 전공한 멘탈 코치가 상주하는데, 이런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받는다면 경기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팀엔 현재 전문 멘탈 코치는 없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항상 직접 미팅을 주관하는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대화하며 심리적인 부분을 관리한다. 코치 자격증을 취득할 때 심리상담 교육도 받도록 돼있어 최태욱 코치 등 다른 코치진들도 손흥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벤투 감독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업자가 부상을 당한 상황이기에 선수 본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대화로써 격려하고 위로해 손흥민의 곁을 지켜주겠다”며 “출전 시간을 조절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손흥민이 빨리 털고 앞을 향해 전진할 수 있게 잘 도와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프랑스 리그앙 경기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과 감각적인 패스로 1골 1도움을 올리며 극찬을 받은 황의조(보르도)의 존재는 대표팀에 위안이다. 주로 2선에서 뛰는 소속팀 경기완 달리 최전방 스트라이커 나설 황의조가 이른 시간 골 사냥에 성공한다면 손흥민도 부담을 덜고 경기에 적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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