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뒷조사와 우크라이나 원조 연계”
트럼프 기존 해명과 정면 배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벼랑으로 모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뒷조사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등을 연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직업 외교관의 꼼꼼한 메모 습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증거가 나왔다”고 정치 공세를 강화했다. 미국 내 여론이 이 증언에 얼마나 크게 반응할지가 최대 변수다.
윌리엄 테일러 주니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22일(현지시간)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탄핵조사에 참석했다. 테일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사 원조를 받지 못할 것이며 백악관에도 초대받지 못할 것이라고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하원의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퀴드 프로 쿼’(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가 없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며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하지만 테일러 대사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테일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 출신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전화통화에서 ‘트럼프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원한다’고 나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테일러 대사는 이를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는 매우 변칙적인 외교적 노력”으로 표현했다.
NYT는 테일러 대사가 ‘스타 증인’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테일러 대사의 꼼꼼한 메모 습관이 이번 탄핵 조사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테일러 대사는 그동안의 일들을 자세히 적은 노트를 펼쳐보며 증언했다. 그는 자신의 메모 내용을 국무부와 공유했으나 복사본을 하원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테일러의 증언 내용은 미국의 대통령이 유죄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데비 와서먼 슐츠 민주당 하원의원은 “나는 이보다 신뢰성이 있는 증인을 보지 못했다”면서 “그는 회동, 전화통화 등 구체적인 것들을 완벽하게 기억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테일러 대사의 증인 출석을 반대했다. 하원이 소환장을 발부하기도 했지만 테일러 대사는 하원의 탄핵 조사를 적극적으로 돕는 외교관이라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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