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컵대회 우승의 주인공이 토종 선수들의 고른 기량에 ‘스페인산 거포’ 안드레스 비예나(26·192cm)까지 가세한 대한항공으로 결정됐다.
대한항공은 6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9 순천ㆍ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3대 0(25-22 25-20 29-27)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2017년 한국전력 이후 2년 만에 무패(5승)로 우승하는 강팀의 면모를 보이며 현대캐피탈과 컵대회 역대 최다우승(4회)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급 외인 비예나의 활약은 빛났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득점(성공률 67.56%)에 블로킹과 서브도 1개씩 성공시키며 공수에서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OK저축은행은 레프트 송명근의 19득점(성공률 60.72%)으로 반격했다.
양 팀의 희비를 가른 건 20득점 이후의 집중력이었다. 대한항공은 1세트 20-20 상황 세터 유광우가 넣은 두 번의 서브 공격 기회에서 레프트 정지석이 연속해서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다. 비에나의 백어택 득점도 적시에 터졌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수비 실수가 잇따르며 접전의 1세트를 내줬다. 대한항공은 2세트에서도 20-20 상황에서 역전을 이끌어냈다. 정지석의 강한 서브 에이스와 비예나의 퀵오픈 공격으로 경기는 2-0까지 벌어졌다.
패배 위기에 몰린 OK저축은행은 3세트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송명근의 활약으로 끈질기게 4번의 듀스 상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승부처엔 비예나가 버티고 있었다. 비예나는 연속 백어택을 성공시켰고, 진상헌이 마지막 공격에서 스파이크 서브를 상대 진영에 꽂아 넣으며 결국 대한항공은 우승컵을 안았다.
OK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레오 안드리치(25·203cm)의 부재가 아쉬웠다. 레오는 지난달 29일 대한항공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27점(공격성공률 54.54%)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이후 감기에 걸려 준결승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연속 범실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인 끝에 2득점에 그치며 2세트 초반 교체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컵대회에서 비예나의 실력을 확실히 검증해내며 다가올 프로배구 V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비예나는 유럽선수권대회에 스페인 국가대표로 참석한 뒤 25일 입국해 팀과 이틀밖에 훈련하지 못하고 29일부터 컵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세터 한선수와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팀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과 늦은 선수 등록 문제로 경기에 대부분 나서지 못한 이번 대회에서 비예나는 바른 인성과 열정적인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경기 후 비예나는 기자단 투표 29표 중 16표를 획득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송명근은 기자단 투표 29표 중 23표를 얻어 준우승팀 선수들 중 최우수선수에 수여하는 MIP(Most Important Player)로 선정됐다.
순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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