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브라운관의 장르가 됐다. ‘치즈인더트랩’ ‘계룡선녀전’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최근 몇 년만 일별하더라도 만화 각색 작품이 쏟아지니 신드롬으로 불러도 지나치진 않다. 요즘엔 ‘쌉니다 천리마마트’(tvN) ‘타인은 지옥이다’(OCN) ‘녹두전’(KBS2)이 나란히 전파를 타고 있다. 인기가 얼마간 보장된 콘텐츠라는 점이 제작진을 끌어당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막상 꼼꼼히 들춰보면 지난 수년간 흥행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몇 인기작을 빼곤 준수한 만듦새에도 혹평받은 드라마들이 부지기수였고, 시청률도 대부분 하위권에 자리매김했다. 그럼 제작진의 기대와 괴리된 이런 결과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4년 전파를 탄 ‘미생’(tvN)은 브라운관 웹툰 열풍에 불을 지핀 작품으로 통한다. 만화가 윤태호의 동명 작품을 각색한 드라마였는데, 직장인의 애환을 그려내며 화제 몰이를 했다. 본래 드라마성이 강한 원작의 힘이 상당했다.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리메이크작들이 부진에 시달렸던 건 만화와의 문법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 컸다. 드라마와 웹툰은 호흡이 다르다. 따라서 일화마다 많은 살을 붙여야 하고, 컷당 대사량이 많아 미생처럼 많은 독백이 들어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채로운 상상력이 현실성 강한 극으로 옮겨올 때 생기는 이질감이 큰 허들이 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콘티가 미리 마련돼 있는 셈이지만, 각색은 쉽다고 볼 수 없다”며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갈래인데, 웹툰은 독특한 소재에 기반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20일 처음 방송된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리메이크 소식이 알려진 후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했던 작품. 백승룡 PD도 “원작이 독특해 표현하기가 어려웠다”며 “드라마로 옮길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작품을 보면 기발한 시퀀스가 계속해 풀어지는데, 만화에선 느끼지 못했던 엉뚱함이 새삼 두드러지기도 한다. DM그룹의 사장 유력후보였던 정복동(김병철)이 변두리 천리마마트로 발령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그가 경쟁사에서 대박을 친 ‘자동차에 털 나는 왁스’를 반대했기 때문에 좌천이 됐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타인은 지옥이다도 호불호가 갈렸던 케이스. 누적 조회 수 8억회에 달하는 인기 작품이었지만, 안 그래도 기괴한 만화를 영상으로 만들어 놓으니 선뜻 내키질 않는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청춘스타 장동윤 김소현을 앞세운 녹두전도 과부촌 여장 잠입이라는 엉뚱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런 독특한 서사적 상상력은 시청자들을 폭넓게 끌어들이는 데는 장벽처럼 작용해왔다. 반대로 젊은 층이 즐겨보는 웹툰 특성상 온라인 버즈량 등으로 산출하는 화제성은 큰 편이다. 일종의 딜레마 상황을 겪는 셈인데,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3%(닐슨코리아)대 시청률에도 방송 첫 주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순위에서는 5위에 자리매김했다.
향후 브라운관 내 웹툰 바람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자회사 스튜디오N을 통해 40개 이상의 IP(지식재산권)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기 웹툰 ‘이태원 클라쓰’ ‘쌍갑포차’ 등도 실사화를 준비 중이다. 공 평론가는 “메시지나 코믹함 등 한 포인트에 집중하면서도 드라마의 중심을 잃지않은 극들이 지금껏 인기를 끌었다”며 “웹툰을 그대로 옮겨오다 보면 자칫 괴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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