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9일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로 사실상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사건 자체가 이미 시간이 상당히 흐른 만큼 충격은 예상보다 적다는 분위기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의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989년 정치에 입문한 안 전 지사는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특히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 일컬어졌다.
그는 16대 대선 때 노무현 당시 후보 캠프의 정무팀장을 지내고 대선에서도 승리했지만, 집권 뒤에 이어진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감옥에 갔고 이후 참여정부에서 공직을 못 맡았다. 이후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정계에 복귀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로 당선됐고 내리 재선까지 성공했다. 특히 19대 대선에서는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 등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일로 안 전 지사는 충남지사에서 물러났고 민주당은 그를 출당·제명 조치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김씨 진술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인 김씨에게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안 전 지사의 실형 확정에 대해 여당은 “판결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끼는 한편, 야권은 “권력형 성범죄 근절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 전 지사는 피해자의 처지를 이용한 파렴치하고 비열한 범죄에 단죄를 내린 대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여전히 사회 저변에는 권세를 이용한 성적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두려움에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이번 판결을 권력형 성범죄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대법원의 엄중한 판결을 존중하며, 사필귀정의 확립”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이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진실과 정의마저 왜곡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혹여나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닌지 자책하며 숨죽여왔을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으며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며 위대한 싸움을 진행한 미투 운동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입장 발표에 신중한 분위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구두 논평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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