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커플 예능이 꽃피우고 있다. 그중에는 연인 초기의 ‘썸’을 소재로 한 게 적지 않은데, 시청자들은 더 내밀한 속사정을 보고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마음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썸바이벌 1+1’(KBS2·사진)은 비연예인 위주의 남녀 출연자들이 마트에서 쇼핑을 하며 호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스펙보단 ‘취향’으로 상대를 택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아이스크림이나 안주 등 출연진이 평소 좋아하던 것들이 매칭의 기준이 된다.
시청자들까지 두근거리게 만드는 게 커플 예능의 핵심이지만, 썸바이벌은 아직 설렘을 전하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 초반 제작진이 일부러 썸을 만드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던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청률 1%(닐슨코리아) 내외를 맴돌고 있다.
지난 11일 종영한 ‘호구의 연애’(MBC)도 사정은 비슷했다. 허경환 양세찬 등 연예인 남성과 여성들이 썸을 타며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과정을 담았는데, 큰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늘 2% 언저리에 머물렀다.
물론 이런 예능이 마냥 인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짝’(SBS)이나 ‘하트시그널’(채널A) 시리즈는 모두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다. 청춘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기획의 힘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부부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로 풀어낸 ‘아내의 맛’(TV조선)이나 ‘동상이몽’(SBS)도 마찬가지. 이들은 매 회차 부부 출연자들을 실시간 검색어에 거푸 올리며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썸이 아닌 더욱 내밀한 연인의 이야기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공한 커플 예능들은 출연자의 심리를 진솔하게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의 연애 판타지를 자극했었다”며 “지금은 방송이 직업인 연예인이 출연진이거나 내면을 깊게 담아내지 못하면서 식상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가 제작진이 자극적인 이야기에만 골몰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내의 맛은 최근 함소원-진화 부부가 육아 문제 등으로 갈등하면서 자체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운 바 있다. 정 평론가는 “자극적인 면들이 없을 순 없지만, 커플 예능의 가장 큰 묘미는 결국 연인 사의의 설렘과 스토리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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