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는 일반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하지만 시력은 만 7~8세 정도에 거의 완성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정확히 아는 부모는 10명 가운데 1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생 시력을 좌우하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6세 전에 시력 발달을 저해하는 원인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력은 생후 2~3개월에 급격히 발달해 2~3세가 되면 평균적으로 0.4~0.5 정도에 도달하고 약 7~8세 정도에 거의 완성된다.
시력 발달이 끝나기 전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는 원인들을 빨리 찾아내 치료를 해줘야 하며 치료 성공률도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 특히 약시 같은 질환은 이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치료가 불가능해 평생 나쁜 시력으로 살아야 한다.
눈은 다른 신체부위와 달리 발달 정도나 이상을 육안으로 알기 어렵다. 게다가 영아는 말을 못하며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눈의 이상을 자각하고 스스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따라서 눈 이상의 조기발견은 보호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은 ‘해피아이 눈 건강 1∙3∙6 캠페인’ 일환으로 7세 이하 자녀를 둔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자녀의 눈 건강 인식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자녀의 눈 건강에 대한 보호자의 기본 지식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아 눈 건강의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인 ‘시력 완성 시기가 만 7~8세인 것’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7.3%만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0.4%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소아안과 지식인 ‘약시 아이가 소아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라식,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아도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13.6%만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고 32.5%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신생아 시기에 확인해야 할 주요 안질환으로는 선천 백내장, 선천 녹내장 및 미숙아망막병증 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2014~2018년) 진료받은 전체 선천 백내장 환자 중 만 5세 미만의 비율은 24.3%에 불과했다. 이는 태어난 직후에 확인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 성공률이 그나마 높은 시기인 5세 미만에서 잘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천 녹내장은 후유증으로 시력 상실과 안구 제거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태생기 7~8개월에 태어난 미숙아들은 심할 경우 실명할 수 있는 미숙아망막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출생과 동시에 검진이 필요하다.
흔한 소아기 안질환으로는 원시, 근시, 난시 등 굴절이상과 사시가 있다. 심한 원시, 근시, 난시는 방치하면 약시를 유발한다. 약시는 취학 전 아동 및 초등학생의 약 0.5~3.5%에서 발생한다.
사시는 국내 소아의 약 2%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상적인 시력 및 양안시의 기능 발달을 위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세한 사시 및 가성(가짜) 사시는 비전문가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 진찰이 꼭 필요하다.
특히 양쪽 눈의 시력이 다른 ‘굴절부등시’가 있는 아이들은 좋은 눈의 시력에 의지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못 느껴, 한쪽 눈이 나쁜 것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자녀 눈 이상의 조기발견을 위한 보호자의 인식은 매우 부족했다. 자녀의 첫 안과검진의 적절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생후 36개월쯤”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1%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 23.6%로 그 뒤를 이어, 상당히 많은 보호자가 눈 이상의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녀의 안과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는 “자녀가 어려서 안과검진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라서”라는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특별한 질환 및 이상 증상이 있을 때만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18.7%로 뒤를 이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요함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안과병원 김용란 원장은 “시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7~8세까지이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뒤 이 시기까지 몇 년 동안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여야 하는데, 많은 부모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 며 관심을 촉구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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