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듀스 7494’. 요즘 네이버 검색창에 등장한 자동완성검색어 중 하나다. 케이블채널 엠넷이 제작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이하 프듀 X)과 관련된 검색어인데, 저 단어를 네티즌들이 검색하고 있는 건 프듀 X의 ‘투표 조작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프듀 X는 지난 19일 시청자 투표를 통해 데뷔 멤버 11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출연진의 득표수가 공개되면서 사달이 났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1~20위까지의 득표수가 각각 “7494.442의 배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위를 차지한 김요한의 얻은 표는 133만4011표로 7494.442의 178배였고, 2위 김우석이 받은 130만4033표는 7494.442의 174배였다. 이런 식의 기묘한 득표 분포는 20위까지 이어졌다. 몇몇 연습생 사이의 득표수 차이가 같은 경우도 수두룩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엠넷은 25일이 돼서야 사과문을 발표하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사과문 발표 이튿날에는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케 하는 입장문도 내놓아 빈축을 샀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돼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엠넷의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현재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프듀 X 애청자들은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프듀 X 진상규명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29일 MBC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본 투표수를 밝히기 전까지는 어떤 해명도 믿을 수 없다”며 “처음부터 우리가 요청하는 건 원본 공개”라고 했다.
이 여성은 “(출연진의 득표수에서) 동일 배수의 차이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해명이 안 됐다”며 “엠넷도 ‘신기하다’는 태도를 보이다 의혹이 꺼지지 않자 ‘오류는 있었지만 순위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각종 의혹은 원본 데이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며 “누군가 손을 댔다면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4월 방영된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매년 상반기에 전파를 타는 ‘프듀’ 시리즈는 엠넷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었다. 방송은 가수의 꿈을 좇는 연습생들의 땀과 눈물을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고, 영세 기획사 연습생에게는 꿈 같은 데뷔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듀 X가 투표 조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이 프로그램이 3년간 쌓은 성과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분위기다. 과거 시즌에서도 몇몇 출연자 사이의 득표 차이가 같았다는 지적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듀 시리즈는 시청률을 떠나 시청자,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 열기가 대단했던 프로그램”이라며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였던 만큼 공정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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