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부터 1박2일간 제주도를 비공개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주로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전격 취소하는 대신 정식 휴가는 아니지만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전 제주를 찾아 1박2일간 머물렀다. 수행은 조한기 1부속비서관 등 최소 인원만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별도의 일정없이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송기인 신부의 집에 머물렀다.
송 신부는 부산 민주화 운동의 대부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종종 비공식적으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제주 오름, 올레길 등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이때 숙식을 해결한 곳도 송 신부의 집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가족들은 별장에서 지내는 동안 제주 향토음식을 전해받아 식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제주 탑동로에 위치한 ‘명물식당’을 방문해 점심식사를 했다. 김정숙 여사와 문 대통령의 손자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한치물회와 갈치조림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하늘색 셔츠를 입고 식당에서 한 할머니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주민들의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공군2호기를 타고 제주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문 대통령은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한다”고 밝혔다. 당초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과 시기를 나눠 여름 휴가를 쓸 방침이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까지 휴가 진행 여부를 고민하다 28일 오전 최종적으로 휴가 취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휴가를 내고 관저에서 쉬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다만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 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포함한 일부 참모진은 예정대로 이번주에 휴가를 쓸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이 휴가를 떠나면서 29일로 예정돼 있던 수석보좌관회의도 자연스럽게 취소됐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휴가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일본과의 무역갈등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대남 비방 메시지 등 해결해야 할 외교현안이 산적한 것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일본이 다음달 2일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서 8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의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제주를 찾은 것은 정식 휴가는 취소됐지만 짬을 내 국내 여행과 관광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미 판문점 정상 회동과 한·미 정상회담 등 연이은 외교일정으로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한 일정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도 제주도를 가끔 방문해 올레길을 찾는 등 휴식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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