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의 뇌물 수수 의혹’이 8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했다. 윤 전 세무서장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배경에 윤 후보자가 있다는 야당, 의혹을 해소하려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물어야 한다는 여당 간에 공방이 격화되면서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한다는 청문회의 본질이 희석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의 공세에 윤 후보자가 본인의 청문회에서 윤 전 세무서장의 비리 의혹을 해명하는 모습, 황 대표를 청문회장으로 불러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 지난하게 반복되면서 “이 청문회는 윤우진·황교안 청문회가 아니다”란 여야 의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윤석열 청문회에 황교안, 최교일 언급 왜?
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윤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였던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접대 등을 받고 대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윤 전 세무서장이 윤 후보자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란 점도 한국당 위원들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 중 하나다.
반면 여당은 해당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최교일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당시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 최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부당한 개입에 의한 것이라면, 황 대표와 최 의원도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여당 측 논리다.
이 과정에서 “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는지,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에게 물어야 한다”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문회와 관련 없는 야당 대표를 거론하지 말라”고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 위원장은 김 의원을 향해 “자꾸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데 오버하지 말라.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 “박근혜 정부 윤석열 불법사찰…황교안은 삼성 떡값 검사”
윤 후보자를 엄호해야 하는 여당의 표적은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 대표’에 집중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자에 대한 박근혜 정부 차원의 불법 사찰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가 윤 후보자의 장모를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일삼았던 정대택이란 인물과 접촉해서 윤 후보자에 대한 자료를 받아 갔다”며 정씨와 정씨의 지인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정씨가 청와대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 윤 후보자에 관한 자신이 만든 자료를 청와대에게 전달하였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또 황 대표를 부적절한 검찰의 한 예시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자기 식구들을 수사하는 데 있어서 엄격하지 못했다. 대표적 사건이 삼성의 떡값 사건 수사였다”면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찰 간부 명단에 황 대표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대표는 검찰을 그만두고 2012년도에 이맹희씨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회복 소송을 대리했다”며 “황 대표가 검찰일 때 삼성의 관리를 받다가, 검찰의 옷을 벗고 나서는 삼성의 사건을 수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여당 측의 ‘황교안 때리기’가 계속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 청문회인지 황교안 대표의 청문회인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점식 의원은 “민주당이 황 대표를 흠집 내려고 하는 거 보니, 국민에게 황 대표의 인기가 좋은가보다”며 “황 대표가 삼성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박 의원의 주장은 법원으로부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이 났다”고 반박했다.
여야 청문위원들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의 상당 시간을 ‘윤 전 세무서장 비리 의혹 검증’에 할애하거나, 윤 후보자와 무관한 상대 진영 비판에 집중하면서 자질검증이란 인사청문회 본래 목적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청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윤우진 청문회가 아니다”, “황교안 청문회가 아니다”란 성토가 빗발쳤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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