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던 조현병 환자 차량과 충돌해 숨진 예비신부 최모(30)씨 유족이 국민청원을 올린 이후 최씨 친모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씨 유족은 “고인의 친모가 30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최씨 유족 측은 2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사망보험금에 대해 논의하자고 이야기하더니 이후 정작 연락을 피하던 친모 A씨가 청원이 게시된 이후 ‘청원 올리느라 바빴겠네’라고 쏘아붙이듯 전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고인의 직장에 찾아가 퇴직금이 얼마인지 알아보고, 필요한 서류도 물어보고, 사고가 났던 대전의 모 병원까지 찾아가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갔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도 현재까지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씨의 언니 박모(39)씨는 지난 19일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 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 따르면 최씨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고모 가족과 지내왔다. 사촌 언니였던 박씨와는 친자매와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청첩장에도 친부모가 아닌 고모 부부의 이름이 적혔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전했다. 그는 최씨가 한 살무렵부터 자신의 집에 자주 오갔다며 “어머니는 외삼촌이 이혼하자 ‘너는 네 삶을 살아라.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잘 키워보겠다’면서 동생을 돌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생이 다섯 살 때 외삼촌이 돌아가신 뒤에는 쭉 함께 살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박씨 가족을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고 한다. 자신을 길러준 고모와 고모부를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박씨는 “동생이 가족 간에 싸우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부모님이 한때 이혼하려 했을 때도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엄마, 안된다. 이혼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면서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생이) 고등학생 때 친구들에게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날 거야’라고 말했다더라”며 “장례식장에 온 동생 친구들이 말해줘 알게 됐다. 아버지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더욱 가슴 아파 하셨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씨가 가족들에게 ‘복덩이’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그는 “과거 안 좋았던 가정형편이 가족 모두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면서 조금씩 좋아졌다. 우리는 그게 복덩이 같은 막냇동생 덕분이라고 생각했다”며 “동생에게 줄 혼수로 가장 큰 TV, 얼음이 나오는 냉장고까지 다 예약을 해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뻐하는 동생에게) ‘혼수로 1000만원을 해줘도 아깝지 않다. 너는 복덩이니까’라고 말하고도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는데 다음 날 사고가 났다”고 했다.
최씨 유족은 A씨의 상속권 박탈과 함께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씨는 “10년, 20년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면 친모는 아이 없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며 “동생이 사망한 게 아니라 다친 거였다면 (A씨가) 찾아왔을까. 절대 안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사망보험금을 타러 온 것이지 동생을 보살피러 온 것이 아니다. 상속권은 그 사람의 삶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만 찾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지난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의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출근하던 중 역주행하던 박모(40)씨의 화물차와 정면충돌해 숨졌다. 이달 22일 결혼할 예정이었던 최씨의 차 안에서는 지인들에게 나눠줄 청첩장 20여장이 발견됐다.
화물차 운전자 박씨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박씨 차량에 타고 있던 박씨의 세 살배기 아들도 목숨을 잃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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