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99)] 명예훼손㉙ 나를 주사파라고 부르다니 이것은 100% 명예훼손이다?


B라는 시민단체는 ‘한국전쟁의 진범’ 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 전시회에 대해 A는 “B는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는 역사실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그 단체의 대표자는 분명히 주사파이다”라는 내용으로 SNS에 글을 작성하였다.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 등 이념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진행중입니다. 보수는 우익, 진보는 좌익과 동의어로 사용되나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좌익 혹은 좌파는 진보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을 의미하고 우익 또는 우파는 보수주의, 파시즘, 국가주의 등을 의미합니다. 즉 누군가를 보고 좌파라고 할 경우 진보를 의미할 수도 있고 공산주의자를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고, 우파라고 할 경우 보수주의자를 의미할 수도 있고 국가주의자를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법원은 위와 같은 특정 이념에 언급, 비판을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판단합니다. 기본적으로 법원은 이념문제, 통일문제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증입니다. 특히 이념에 대한 언급이 상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지 않는 한, 어느 정도의 오류나 과장은 용인될 수 있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즉 중요한 문제이면서 모호한 문제이니 만큼 핵심적 내용에 대한 왜곡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틀린 지적은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법원은 특정 이념 등에 대한 지적이 진실인지를 판단하면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합치하면 이를 진실한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합니다.

판례를 살펴보면 “좌와 우의 이념문제, 그 연장선상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운 이념이냐 민족을 앞세운 통일이냐의 문제는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고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관한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언로를 봉쇄하여서는 안된다.”는 것 이지요.

그렇다면 위의 글에서 사용된 ‘주사파’라는 단어는 어떨까요? 이념과 관련된 내용은 사용된 단어가 상대방의 입장을 왜곡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주사파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체제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주사파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대한민국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주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주사파로 낙인이 찍힐 경우 그 단어가 지니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사파라는 단어는 정확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전쟁의 진범에 대한 전시회를 연 주최자를 주사파로 단정 지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단순한 과장에 불과하다면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지만 ‘주사파’라는 표현에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과 핵심적 내용의 왜곡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허윤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법률고문,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컨설팅, 쿠팡, 국민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Korea Times 등 자문.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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