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1박 3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회담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였던 북·미 사이를 한국이 중재하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지만 조기 수확(early harvest) 등 향후 비핵화 협상 관련 의제 확보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 자체가 북·미 간의 대화 동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한·미 간 허심탄회한 협의를 했다”며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회담 전날인 10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11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하노이 협상을 주도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매파로 꼽히는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힘 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116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소규모 회담→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하며 대북 상황과 경제 문제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곧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자신에게도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해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3차 북·미 정상회담뿐 아니라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만 3차 북·미 회담과 남·북·미 회담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달려있다”며 북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지지할 것이다. 지금은 (제재를 해제할)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며 “다만 지금 제재가 공평한 수준에 있다”고 일축했다.
한·미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해 의견을 같이했다. 정상 간의 ‘톱-다운’ 협상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서도 공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가 제안했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합의)’ 대신 북한의 전면적인 핵무기 폐기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빅딜’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딜들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가 비핵화 과정에 대한 분명한 시각 차이를 보인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회담이 지난해 5·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처럼 경색됐던 북·미 관계를 조율하는 계기가 됐지만 비핵화 협상에 의미있는 진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향후 문 대통령은 4차 남북 정상회담과 서울 한·미 정상회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혹은 중재하며 빅딜과 스몰딜, 굿 이너프 딜 간의 조율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길을 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북·미와 자주 만나고, 물밑에서 의제를 조율해 꾸준히 비핵화 의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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