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단된 28일 오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뉴욕타임스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태 전 공사가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원한다”고 주장했는데, “김 위원장은 핵을 일부 보유하고 싶은 것 같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리면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은 결국 결렬됐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둘째 날 오전부터 단독회담, 확대회담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업무 오찬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회담 중단 분위기가 감지됐다. 향후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얘기가 현지에 파견된 여러 외신 기자 사이에서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백악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업무 오찬과 합의문 서명은 본격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이 결렬된 까닭을 설명했다. 그는 “협상이 어려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북한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 대해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우리는 대북 제재를 완전히 완화할 준비가 안 됐다. 특정 쟁점에서 저희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하나도 해제되거나 완화된 것은 없다.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며 “김 위원장은 핵을 일부 보유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서로 합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물러서기로 했지만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낙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에 태 전 공사의 이름이 올랐다. 태 전 공사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27일 보도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졌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목적은 첫째 시간을 벌고, 둘째 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김 위원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그는 생존을 위해 핵기술을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 “머리가 좋고 영리하지만 무자비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북한 지도자는 적어도 가족을 살해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삼촌과 이복형제를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27일부터 이틀간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애초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2일까지 하노이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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