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찬(50·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11시8분쯤 집 근처 편의점을 찾았다가 한 남성이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현장을 목격했다. 흉기를 휘두르던 A씨(47)는 ‘당신 끼지 마’라며 우 의원을 위협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여성은 다급하게 “신고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일단 편의점에서 나왔지만 우 의원은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에서 피해자는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고 편의점 주인은 A씨와 피해자 사이에서 A씨를 막다가 흉기에 옆구리를 찔린 상황이었다. 결국 우 의원은 대학생 양훈모(19)씨와 용기를 내 편의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 의원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도 겁이 많은 사람이다.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범인 바로 앞에 서게 됐다. 밀치고 당기고 하다가 A씨가 넘어졌다”며 “그때 (흉기를 못 잡게) 제가 발로 한 손을 밟고 함께 들어간 젊은 친구가 나머지 손을 밟았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A씨 손목에 수갑을 채웠고, 그제야 우 의원은 편의점에서 나올 수 있었다.
큰일을 겪은 터라 우 의원은 “사건이 끝나고 완전히 ‘패닉’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A씨가 체포된 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는 양씨와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우 의원은 양씨에게 택시비를 들려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 의원은 “아내가 걱정할까봐 처음에는 비밀로 했는데, 양복에 피 묻은 것 보고 알더라. (아내한테) 혼났다”며 쑥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 의원은 “온몸이 피로 젖어있는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보고 ‘저 사람 살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빨리 (A씨를) 제압했다면 피해자가 덜 다쳤을텐데”라며 “시의원으로서 피해자의 수술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까지 책임지고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6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피해 여성과 교제하다가 결별을 통보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제지하려다 흉기에 찔린 편의점 주인과 피해자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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