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33) 왕자와 혼혈의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이 19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 성에서 결혼실을 올렸다. 왕자와 혼혈 이혼녀의 동화같은 로열웨딩은 예상대로 참신하고 파격적이었다.
신랑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이다. 신부 마클은 연상에다 이혼 경력이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다. 미국 법정드라마 ‘슈츠’로 스타덤에 올랐다. 마클은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라는 점에서 교제 당시부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은 2016년 7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해리 왕자는 모친 고 다이애나비의 영향을 받아 자선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마클은 성 평등과 여성 권리 신장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이같은 관심사가 이들을 하나로 이어줬다. 두 사람의 교제는 같은 해 10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지난해 11월 약혼했다.
◇만남부터 결혼식까지 파격의 연속
이날 정오 윈저 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은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신부 마클은 신부 마클은 에스코트 없이 혼자 입장하다 중간 지점부터 시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와 함께 걸었고, 신부의 아버지가 신랑에게 신부를 인계하는 절차도 없앴다. 이는 영국 왕실 결혼식에서 전례가 없던 방식이다. 또 복종 서약도 없었다. 마클은 짧은 연설로 이를 대신했다.
설교도 파격이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례를 맡았지만 성공회 최초의 흑인 주교(시카고)인 마이클 커리 신부가 설교를 진행했다. 커리 신부는 설교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설교를 인용해 “사랑의 힘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리 신부의 정열적인 흑인 기독교전통 설교는 영국 왕실 결혼식의 보수적인 색채와 비교할 때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를 받았다. 이날 설교가 끝난 이후 해리 왕자는 마클에게 “와우”라고 말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설교가 끝난 뒤에는 흑인 위주로 편성된 약 20명의 합창단이 미국 소울 음악의 스탠더드 격인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불렀다.
◇해리 왕자 전 여친 등 친분있는 스타들 하객으로
이날 결혼식장에는 해리 왕자 및 마클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인물 위주로 약 600명이 초청됐다.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계적 축구스타인 데이비드 베컴 부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배우 이드리스 엘바, 가수 제임스 블런트 등 유명 인사들이 결혼식에 참석했다. 해리 왕자의 전 여친인 첼시 데이비와 크레시다 보나스도 결혼식장을 찾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물론 다른 국가 정상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초청되지 않았다. 결혼식 장소인 세인트 조지 교회의 공간이 비좁다는 현실적인 면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모든 이들이 멋진 날을 즐기기를 바란다”며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파파라치 사진 판매 논란과 건강상 이유로 마클의 부친은 끝내 이날 결혼식에 불참했다. 흑인 어머니만 홀로 참석했다.
결혼식 직후 신랑 신부는 지붕이 없는 마차를 타고 윈저성에서부터 시내를 한바퀴 돌면서 축하 인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해리 왕자가 결혼식으로 앞두고 서식스 공작 작위에 오름에 따라 마클은 서식스 공작부인이 된다.
결혼식이 열린 윈저 성 주변에는 10만 인파가 몰려 로열웨딩을 축하했다. 또 신랑 신부의 마차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수백명이 노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축제 분위기와 결혼식은 영국 공영방송 BBC 등을 통해 전 세계 주요 방송사에 생중계됐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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