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설렁탕엔 깍두기 국물 부어 먹는거 모르냐. 이 XX, 설렁탕 먹을 줄 모르네.”
아니, 내가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대체 남의 밥상머리에 지적질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는 취재의뢰가 들어와 알아봤습니다.
평소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A씨, 휴가차 경기도 용인의 한 디저트 카페에 들러 마카롱을 11개나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다고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렸는데, 가게 주인이 댓글로 ‘마카롱은 하루 한 개만 먹는 디저트다. 여러 개 먹는 게 아니다’라며 비아냥대더랍니다.
취준생 B씨는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돼지고기를 적게 먹는다고 혼났습니다. 종업원이 고기는 쉬지 않고 구워 먹어야 맛있다고 계속 훈수를 둔 거죠.
대학생 C씨는 치킨돈부리(일본식 덮밥)를 비벼먹어서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가게 주인한테 일식은 비비는게 아니라고 교육(?)까지 받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부쩍 타인의 식사에 훈수 뒀다가 논란이 됐다는 뉴스가 늘었습니다.
음식 원리주의자들이 북한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는 레드벨벳의 사진을 보고 식탁에 식초와 다진 양념이 있으니 저건 진짜 평양냉면이 아니라는 주장을해 논쟁이 붙기도 했죠.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는 방송에서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다.’라고 주장해 타인의 입맛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려든다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음식마다 먹는 방법이 있고 반드시 지켜야하는 원칙을 세워서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들. 도대체 왜그럴까요?
김춘동 명예교수(경북대 고고인류학과)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이게 '옳다', '그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업적으로 매스컴에서 너무 많이 다루다 보니까 (음식으로) 권위를 나타내려는 호사가들이 별로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는 음식을 코스로 먹지 않고 한식처럼 여럿이 한상으로 냈습니다. 반면 조선은 여럿이 한상을 공유하지 않고 개인별로 반상을 냈죠. 전통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남의 밥상에 훈수 두지 말고 자기 음식만 맛있게 먹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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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제작=홍성철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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