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막하는 ‘제25회 흥부제’가 지역 축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선보일 예정이다. 3일 동안 남원시 일원에서 열리는 올해 흥부제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공동체 축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지역 방송사가 독점해오던 개막공연 관행도 과감하게 탈피해 제전위원회 참여 시민들과 원일(50) 예술총감독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내 방송사가 홍보와 방영을 앞세워 개막공연을 독점 주관하면서 남원의 문화에 기반한 흥부제만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프로그램 대부분이 차별성 없는 대중가수 공연 중심으로 꾸며져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지역 언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지역 단체장과 행정부서는 방송사가 주관하는 축제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과 문화기획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개막공연과 이에 따르는 무대시설 및 음향장비 설치 관련 예산은 주관 방송사의 몫이 됐다.
이는 비단 남원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최근 지역 방송사의 지역 축제 독점 현상이 축제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흥부제는 이런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변신을 꾀했다. 우선 흥부제 전체 행사를 주관하는 민간 제전위원회 위원 구성을 일정 비율의 여성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개방형 공모 방식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남성 사회단체장들 일색이던 위원회가 일반 여성시민들로 채워지면서 관행처럼 굳어져 왔던 방송사 주관 개막공연도 변신이 가능해졌다.
위원회는 공연 예술 전문가를 총감독으로 영입해 남원의 문화적 특성과 전래 흥부전의 공동체 정신을 살린 수준 높은 개막공연을 직접 기획·운영하기로 의결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 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평창동계 올림픽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원일 씨를 예술 총감독으로 영입해 개막공연 및 주요공연 기획을 맡겼다. 나눔 장터 등 부대행사 역시 마을기업과 소비자협동조합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꾸려질 예정이다.
제전위원회 김진석 위원장은 이번 축제에 대해 “형제간의 우애를 넘어 행복한 남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 축제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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