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아동학대 현장의 상담원이 느끼는 어려움과 보람

매일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사무실에 출근하면 나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빼곡하게 작성된 업무 다이어리를 보며 ‘오늘도 하는 일들이 잘 풀려야 할 텐데…’라는 걱정과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서 수고하자!’라고 주문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워본다.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하루’는 매우 짧으면서 한편으로 매우 길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상담원으로서 업무를 하는 동안 수많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민원을 감당해야 하고, 아동학대 신고접수 후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사례판단에 따른 사례개입 계획, 서비스 제공, 사례종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 따라서 내게 주어진 업무 시간은 매일 촌각을 다투기 일쑤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수적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너무나 길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기고] 아동학대 현장의 상담원이 느끼는 어려움과 보람
손기배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굿네이버스) 상담원

글을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조사 이후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학대피해아동이 잘 지내고 있는지?’, ‘학대행위자인 친부는 아동을 잘 양육하고 있는지?’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인다. 이렇게 내가 크고 작은 걱정을 하고 있는 학대피해아동이 금년에만 400여 명이 되어가고 있으며,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6명이 종결 사례를 제외하고 현재 관리하고 있는 학대피해아동 수는 750여 명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더욱이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특례법) 시행 이후 신고의무가 강화되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전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 건 수 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부담은 매년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아동학대예방 및 학대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학대피해아동의 안전상황, 가정여건, 위험요인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재 학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을 방문하여 점검하고 학대피해아동의 후유증 감소, 학대행위자의 교화를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대로 많은 보람을 느낀다. 즉 학대행위자가 변화고, 가정이 변하고, 아이들이 학대상황에서 벗어나 행복해 지는 모습을 볼 때면 힘이 난다.

2016년 겨울 한 가정의 가장에게 찾아온 실직이 발단이 되어 자녀를 향한 지속적 신체학대로 신고접수 된 사례가 기억난다. 학대행위자인 아동의 친부 A씨는 그동안 자신은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해왔으나 정작 실직 후에는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모두가 한 편이 되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의식이 자녀를 향한 신체학대로 이어진 것이다. 아동학대사례 판정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노력, 법원의 상담 명령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회피하였던 학대행위자 A씨는 나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마침내 한 시간이 넘는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본인이 실직 이후 가정에서 겪고 있는 ‘고민’,‘문제’, ‘어려움’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가족상담의 물꼬를 텄으며 긍정적 관계형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침내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현재는 가족과 자녀에 대한 자랑이 끊이지 않고 먼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락을 취해 양육 상담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아버지로 거듭났다.

내가 아동학대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이와 같이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한 두 명이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이것을 통해 가정의 기능이 회복되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다면 이것이 아동학대 현장에서 상담원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자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기고는 굿네이버스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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