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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롤모델이 앤드루 잭슨?

입력 : 2017-05-02 17:37/수정 : 2017-05-02 19: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 걸려있는 앤드루 잭슨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한·중 역사 논란으로 드러난 세계사에 대한 무식함은 그렇다 쳐도 자국 역사에 대해서조차 사실과 어긋난 발언을 내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보수성향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의 원인을 반문하며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이 조금만 더 늦게 집권했더라면 남북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는 이어 “잭슨은 남북전쟁과 관련해 벌어진 일들을 보고 매우 화가 났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잭슨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 발발 16년 전인 1845년에 이미 사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잭슨 전 대통령은 트럼프가 본인의 롤모델로 추켜세우며 닮은꼴 ‘평행이론'까지 주장한 인물로 평소 칭송해 온 선배 대통령을 시기적으로 맞지도 않는 역사적 사건에 결부시킨 모양새가 됐다.

  제7대 미국 대통령이자 20달러 지폐 초상 인물인 잭슨은 노예제를 옹호하고 서부 개척기 백인들의 땅을 넓히기 위해 소위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원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대통령으로 배타적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들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닮은 점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선 승리를 잭슨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선거 운동과 대선 승리는 앤드루 잭슨과 거의 유사하다”면서 “그는 (각종 네거티브 공격으로) 매우 비열하고 끔찍한 선거를 치러야 했는데, 사람들은 지난 대선이 가장 비열하고 끔찍한 선거였다고 한다. 불행하게 그런 것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늘어놨다.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 중인 트럼프 [워싱턴 이그재미너 홈페이지]

  백악관 집무실에 잭슨의 초상화를 걸어두는 등 트럼프가 남다른 ‘잭슨 사랑’을 고수하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기성 정치권이 아닌 저돌적 ‘아웃사이더' 출신으로 소외당한 백인 노동자층과 농민들의 열렬한 지지 덕에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확산되는 논란 속에 미국 전국지인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모’란 기사를 통해 “잭슨은 화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쟁 당시)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도 줄리안 젤라이저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부정확한 역사 수정주의의 극치”라고 일침을 놨다.

  미국 역사학자들도 일제히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역사에 대한 무지를 비난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블라이트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역사와 정책, 정치 과정에 관한 트럼프의 무지로 인해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역사 지식이 “초등학교 5학년 또는 그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주디스 게스버그 빌라노바대 교수는 “트럼프가 현재의 인종 문제(흑백 갈등)를 조롱하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정책이 합당하다고 알리기 위해 사실과 다른 역사를 설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흑인 여성 정치인 바버라 리(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왜 남북전쟁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조상과 다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노예가 됐기 때문”이라고 일갈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동딸 첼시 클린턴도 트위터에 “한 단어의 대답은 바로 노예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16년 전에 죽은 앤드루 잭슨은 당시 150명의 여성과 남성, 아이들을 (노예로) 소유하고 있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소속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CNN방송에 “불행한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한 미국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땅과 노예, 자주권에 관한 모든 이슈가 명백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엉망진창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브렌던 보일(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앤드루 잭슨은 진주만 공습에 엄청나게 열 받았다”는 풍자글을 올렸다.
앤드루 잭슨은 20달러 지폐의 초상 인물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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