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를 보면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벤자민 버튼’은 80세 노인의 외모로 태어납니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 탓에 부모에게 버려진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점점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하죠. 그에게 시간은 거꾸로 갔던 겁니다.
하지만 실제 ‘벤자민 버튼’처럼 ‘80세 외모’를 갖고 태어났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거꾸로 가지 않는 4살 소년의 스토리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방글라데시 지역 언론과 영국 데일리메일 온라인은 방글라데시 남부 마구라 지역에 사는 바에지드 호사인과 가족의 가슴 아픈 소식을 전했습니다.
바에지드는 올해 4살인데도 ‘팍삭 늙어버린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정상보다 8배나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progeria)'과 피부가 늘어져 접히는 '피부 이완증(cutis laxa)'이라는 매우 드문 병을 앓고 있습니다.
부풀어 오른 얼굴, 축 늘어진 피부, 움푹 들어간 눈, 아픈 관절.... 몸은 이미 노쇠했고 소변 보는 게 힘들고 이빨은 부러졌습니다.
또래 아이들은 그의 외모가 무섭다며 가까이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에지드는 학교도 가지 않습니다.
엄마 트립티 카툰(18)과 아빠 로벨루 호사인(22)은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매우 영리하다. 하지만 외모가 남 달라서 가슴 아프다”고 말합니다.
바에지드는 생후 3개월에 모든 치아가 났다고 합니다. 그의 신체 와 정신 성장은 완전히 비정상적입니다. 나이에 비해 말도 잘하고 매우 직관적입니다.
부부는 2012년 바에지드가 태어났을 때 의사로부터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의사는 이런 아기를 본적이 없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엄마는 “처음 아들을 봤을 때 무서웠다. 정말 살덩이와 뼈뿐이었다. 외계인 같았다. 가슴 아팠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상한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마을에 빨리 퍼졌다고 합니다. 이웃들은 신기한 아기를 보려고 줄을 섰고요. 부부는 지방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바에지드가 왜 남다른 외모를 갖고 태어났을까 입방아를 찧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사촌간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시골에서는 사촌간에 결혼해도 큰 문제가 안된다고 합니다. 부부는 13살에 결혼했습니다. 커플은 현재 남편 로벨루의 부모 집에서 바에지드를 데리고 함께 삽니다.
남편은 허드렛일을 하고 한달에 5000루피(50파운드·한화 7만4000원)를 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병원, 무당, 수도자 등에게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대략 4000파운드(590만원)를 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아무것도 아들의 상황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부모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아들이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지난달 지역병원 의사는 “바에지드가 15년 정도 살 것 같다”고 말해 줬습니다.
아빠는 “아들의 치료법이 없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난해서 생존할 좋은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건 아닌지, 그게 마음 아프다”고 했습니다.
엄마도 “다른 부모들처럼 우리도 아이가 건강하게 더 오래 살길 바란다. 어떤 기적이 우리를 구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며 ‘늙은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봤습니다.
4살 소년에게 시간의 섭리를 역행하는 기적이 일어날까요?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현대 의학기술로는 아직 어쩌지 못합니다.
‘허친슨 길포드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조로증은 어린 아이들이 조기 노화 현상을 보이는 치명적이고 희귀한 유전질환입니다. 400만분의 1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특징적인 외모를 갖고 있죠. 조로증 어린이들은 심장 질환으로 인해 보통 8∼21세에 사망하며 평균 수명은 13세 정도입니다.
종종 해외 언론에 조로증 아이들 소식이 전해 지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5월 국내 유일 ‘소아 조로증’ 환아인 홍원기군 가족의 사연이 TV에 소개돼 안타까움과 감동을 전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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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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