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여성혐오광고가 두려운 이유

입력 : 2016-06-20 10:15/수정 : 2016-06-20 10:22
자동차 보험 광고에서 한 여자 연예인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자동차 보험, 어디 거 들어야 되지?”라고 말하자 수많은 남자 팬들이 나타나 “삼촌들이 알려줄게!”를 외치며 자사 자동차 보험을 추천한다. 타이어 광고에서는 “전구 교체할 때는 아빠, 컴퓨터 교체할 때는 오빠, 타이어 교체할 때는”이라는 카피를 사용해 자사 타이어를 광고한다.


[청년기고] 여성혐오광고가 두려운 이유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4학년 이휘정


자본주의 시대의 꽃이라고 불리는 광고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세상을 변화 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콘텐츠에서 여성을 의존적이게 표현하는 것이 불편했다. 정말로 여성이 기계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남성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엇이든지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포털 사이트로 직행하는 요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색해졌다. 토익학원을 찾을 때도 친구한테 묻는 것보다 포털사이트에 ‘토익 학원 추천’을 검색하는 것이 더 쉬웠다. 키워드 하나를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는 수 백 수 천 가지에 이르니 말이다. 또한 나는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특히나 더 많은 일들은 혼자 해결했다. 그런 내가 노트북을 교체하기 위해 제일 처음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오빠’였다. 나의 오빠는 컴퓨터 전공자도 아니고 컴퓨터 판매원도 아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오빠를 제일 먼저 찾았다. 이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내 무의식의 근원에 대해 생각했다.

광고인 로베르 궤링의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질소와 산소, 그리고 광고로 이뤄져 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어있다. 우리는 대중매체를 보면서 끊임없는 사회화를 하기 때문에 숨 쉬듯 맞닥뜨리는 광고에서 왜곡된 여성상을 담는 것은 여성을 그럴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성은 컴퓨터 교체를 위해서는 오빠를 찾아야 하고 자동차 보험은 설계사보다 삼촌들의 말을 더 믿는 남성 의존적인 사람이어야 하며, 나아가 지난 총선 투표 독려 광고처럼 국회의원보다 화장품을 더 꼼꼼하게 고르는 아둔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여성 혐오광고가 두려운 이유가 이것이다. 여성을 왜곡해 담는 것이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문제를 넘어서 ‘여자는 그래야 여자지’라는 사고의 코르셋을 채우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여성 혐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광고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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