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존 코너’를 찾기보다는 ‘알파고법’을 준비하자

입력 : 2016-03-18 10:25/수정 : 2016-06-21 21:52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청년기고’ 코너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코너입니다. 기고는 수정 없이 게재하며 국민일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청년기고] ‘존 코너’를 찾기보다는 ‘알파고법’을 준비하자 (기고자: 이용원 고려대 국제법전공 석사과정)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의 대국이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맞서 싸운 이세돌 프로를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공지능에 맞서 싸운 인류의 희망 ‘존 코너’처럼 봤다. 결과는 4승 1패를 한 알파고의 승리였다. 이세돌 프로의 1승이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약점과 한계점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수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랐고, 그와 동시에 그로 인해 변할 인류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제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비롯한 신기술을 융합해 생산능력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로봇과 무인기술, 나노기술,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제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말하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변호사, 의사 등 인류의 수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4차 산업혁명이 인간 개인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일자리를 뺏길 것을 두려워하고, 더 나아가 혹시나 공상과학영화처럼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일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단계에 까지 이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여 환호와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삶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동반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인류는 핵기술의 발전으로 핵전쟁의 발생을 걱정하게 됐다. 컴퓨터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인간 본질에 대한 관념의 위협을 느끼게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사이버 공격 혹은 사이버 테러를, 무인기술의 발전은 무인기에 의한 공격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 강대국들과 국제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규범을 만들어 왔다.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핵실험금지조약(Nuclear Testing Ban Treat)와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을 비롯한 국제법을 만들고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이를 감시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무인기술에 대해서도 국가들은 자국의 국내법을 통해 사회 안정망을 구축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규범의 형성과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각 나라들은 그에 맞춰 새로운 제도와 규범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는 사회 병리현상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도 어렵지만, 문제를 인식한다 해도 실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대립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수렴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가 부재하는 동안 사회 문제는 발생되고 우려했던 위험이 현실화 된다. 신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위험에 직면하게 될 대상과 범위는 더 확대되고 심각해질 것이다. 미국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1945년 당시 핵에 대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무인기에 대한 국제규범이 부재한 현재 무인기를 통한 공격과 사살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발전하지도 않은 기술에 대해 규범을 미리 만드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상황 속에서 법규화 논의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은 기술과 규범 사이의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이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전 단계에서 시간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다가올 미래를 단순히 두려워하고 우려할 것이 아니라, 개발 중인 기술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여론을 형성해 규범화를 준비해야 한다.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를 우려한다면, 인공지능과 싸워 인류를 구원해줄 ‘존 코너’라는 영웅이 나타나기만을 기대해선 안된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여론을 형성해 인공지능이 인류의 통제하에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알파고법’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기고자: 이용원 고려대 국제법전공 석사과정(26)
-국가간 청소년 교류 대한민국 청소년대표단(러시아 파견·2011년·여성가족부)
-제14회 청산리역사대장정 대학생팀(2015년·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청년기고’ 코너는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코너입니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셋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모든 기고는 수정 없이 게재하며 국민일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에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청년기고 모아보기
▶청년기고 페이스북

[관련기사 보기]
▶[청년기고] “교육부의 프라임사업,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청년기고] 창조경제시대, 그러나 배고픈 예술의 길
▶[청년기고] 출산해고에 저항하는 우리의 6가지 자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더 보기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