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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어 3300여개를 사전으로 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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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
북방 토속어의 ‘보고(寶庫)’인 시인 백석(1912∼1996)의 시어(詩語) 사전이 나왔다.

백석 연구자인 고형진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백석 시어(詩語) 3366개를 정리한 사전 ‘백석 시의 물명고(物名攷)’를 18일 출간했다. 책 제목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어휘집인 유희의 ‘물명고'에서 따왔다. 백석 전집과 평전은 더러 나왔지만 시어 사전은 처음이다.

고 교수는 1983년 백석 시에 등장하는 단어 중에 기존 어휘 사전에서 확인할 수 없던 시어들의 뜻풀이를 처음 시도했다. 첫 시도 이후 30여 년 만에 백석이 1935∼1948년 발표한 시 98편의 시어 3366개 전부를 풀이해 분류하고, 용례와 빈도를 확인해 사전을 완성한 것이다. 단어 이해에 필요한 그림과 지도를 곁들이니 1082쪽의 장서가 됐다.

책 1부는 시어를 ‘사람' ‘기본생활' ‘감각' ‘동물' 등으로 분류해 단어들의 뜻풀이와 용례를 담았다. 2부는 이 단어들을 가나다순으로 배치하고 뜻풀이를 간단하게 실었다.

백석의 시에는 평안도 토속어가 풍부하게 등장하는데, ‘자개짚세기' ‘붕어곰' ‘가업집' 같은 생소한 단어가 적지 않다. 생소하다보니 시인의 의도와 다르게 오독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뜻풀이를 위해 고 교수는 민속학, 국어학, 한문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의 도움을 얻었다. 예컨대, 시 ‘칠월 백중'의 “생모시치마 천진푀치마의 물팩치기 껑추렁한 치마에”라는 시구에서 ‘물팩치기'는 ‘무릎까지 오는'의 뜻으로 풀이돼 왔지만, 고 교수는 이를 무릎의 방언 ‘물팩'과 옷을 뜻하는 ‘치기'가 합성된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바지나 치마 등의 옷'으로 해석했다.

고 교수는 머리말에서 “백석 작품은 총량은 많지 않으나, 그 안에서 부린 시어의 총량은 엄청나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어의 조합으로 이룩한 이 언어 군집은 모국어의 원석이 얼마나 신비하고 눈부신 것인지를 일깨운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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