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포항양포교회 김진동 목사 "억새풀"

Է:2014-09-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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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포항양포교회 김진동 목사
억새풀/경북 포항양포교회 김진동 목사

가을이 풍요로운 것은 비단 곡식과 열매들의 많은 소출을 기대하고 수확할 수 있어서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초가을 코스모스의 군락이 주는 아름다움에 버금가는, 늦가을 아름다운 풍경이 어느새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섰습니다. 장기를 지나 수련원으로 오는 길에 억새가 참으로 아름답게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눈부시게 쏟아지는 억새는 은빛물결인가 싶더니 돌아보면 어느새 금빛으로 옷자락을 바꿔 입고 소슬바람에 이리저리 옷자락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해질 무렵 석양의 붉은 빛을 받을라치면 그 아름다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장엄하게 느껴집니다.

윤기 나도록 곱게 빗질해놓은 듯 한 억새는 눈부신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터지고, 솜 같은 흰 꽃이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듯 한 풍경은 어찌 하나님이 아니시면 만드실 수가 있었을까요.

가을바람에 휘어져 흔들리는 억새허리는 금세라도 꺾어질 듯 휘청거리고, 바스락거리며 부르는 억새풀의 소리 들으며 이 가을이 깊어갑니다. 그리고 신창의 바다도, 건너편 산들도 깊어만 갑니다.

가을의 시작이 단풍이었다면 가을의 피날레는 단연 억새라고 합니다.

가을에 꽃이 터지는 억새는 하얀 솜털 같이 부드럽고 우아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억새꽃은 홀로 있을 때는 밋밋한 풀처럼 볼품이 없지만 무리지어 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이 억새입니다.

억새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강인한 삶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생명력 있는 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여러 들이나 산 정상으로 넓게 펼쳐지는 군락지는 가을 산행을 마무리하는 가장 화려한 산행지로도 꼽힌다고 하니 우리와는 참으로 친근한 풀이기도 한 셈입니다.

억새는 뿌리가 가늘고 넓게 퍼지는데 흙을 단단히 잡아주어 홍수가 나도 억새풀이 있는 지역은 땅이 잘 들어나질 않고 광합성을 하기에 산소를 뿜어내는 이로운 풀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보잘 것 없는 미미한 ‘풀’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라도 자연에게서든 인간에게서든 모든 생물은 존재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겐 친근하고 소중한 풍경이 되고 이웃이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나고 오가는 길에 그렇게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고, 그 자연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되는 풍경이 되어 어우러져 살아가는 억새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사십세가 지난 인간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미국의 초대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의 명언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습관과 태도 연륜 등이 자신의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말일 것입니다.

사람의 나이 마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동양에서는 흔히들 ‘불혹’(不惑)이라 하여 어떠한 유혹에도 현혹되지 않은 연배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이제 인생의 중추적 연령에 들어선 만큼 자신과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았더라도 “끝이 좋아야 좋다”라는 우리의 속담처럼, 나이 팔십이 되고 구십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잘 살았구나”하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엔 금송아지 한 마리씩 다 있었다는 듯이 자신의 공명을 자랑하고 열심을 자랑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울리는 꽹과리 소리같이 허망한 삶일 것입니다.

바울의 말씀처럼 우리가 믿음의 달음박질을 다 한 후에 하나님 앞에 설 때에,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회자될 때에, 부끄럽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섬김을 다하고 충성을 다하는 신실한 주님의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젠 조용히 자신의 것만 지켜 나가는 이기적인 삶에서 ‘비움’을 배우고 ‘내려놓음’을 배움으로 조용히 ‘섬김’과 ‘나눔’의 삶으로 믿음의 자녀로서의 삶을 이 가을처럼 영글어가게 하고 내가 주인이 아닌 주님이 주인 되게 하셔서 성실히 그분의 뜻을 행하고 살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은 내 것만을 외치며 살아가는 삶은 길섶에 묵묵히 서서도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억새보다도 못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며 그들만의 기쁨과 감동을 나누는 그런 삶을 배울 수 있는 우리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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