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재보선-서울 동작을] 나경원과 자장면, 그리고 노회찬

역대 최대 규모인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야간 최고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 새누리당 후보로 전략 공천된 나경원 후보가 사실상 선거운동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장면 배식 봉사였다.

나 후보는 1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본향교회에서 열린 ‘어르신 짜장면데이’ 배식 봉사 현장에 나타났다. 지역 교회가 인근 중국음식점과 함께 이웃 노인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으로 섬기는 행사다. 나 후보는 갈색과 자줏빛이 어우러진 앞치마를 입고 자장을 퍼 면 위에 부었다. 그리고 어르신에게 서빙했다.

이번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17일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는 예비후보 혼자서 명함을 나누는 일 등은 가능하다. 주말 유권자들이 모이는 곳엔 거물급 정치인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나 후보가 교회 급식 봉사를 택한 것도 이런 의도가 담겨있다.

나 의원에게 자장면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도 하다. 나 후보는 한나라당 재선 의원이던 지난 2010년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먹는 사진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른 바가 있다. ‘허세’라거나 ‘연출’이란 냉소가 쏟아졌다.

아름다운 얼굴에 서울대 법대 출신, 사법고시 합격 후 판사 생활을 하다 의원이 된 그다. 부친은 흥신학원 등 학교 3개의 이사장이던 사학귀족. 남편 역시 엘리트 판사, 나 후보 본인 명의로된 재산도 2011년 의원시절 당시 이미 40억원이 넘었다.

귀족은 귀족이다.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고 있어 장애우들에게 관심이 많은데, 서울시장 후보 출마 때는 목욕봉사를 하다, 장애 친구들을 언론에 알몸으로 노출시켜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나 후보의 자장면 배식 봉사를 알리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포털 아이디 ‘dr***’는 “아니 갑자기 왜 안하던 X을”이라며 “이걸 보고 누가 진심이라고 생각하겠어”라고 했다. 또다른 아이디 ‘켄*’도 “선거철이구나”라며 ‘눈물 나온다’는 의미의 이모티콘 “ㅠㅠ”를 덧붙였다.

하지만 냉소를 쏟아내기 전에 한 번 더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나 후보가 참석한 이 행사에는 정의당에서 서울 동작을 후보로 확정된 노회찬 전 의원도 함께했다.

노 후보 역시 자주빛 체크무늬 앞치마 차림으로 열심히 자장면을 날랐다. 이가 거의 없는 할머니께는 가위를 가져와 면발을 잘라주기도 했다. 용접일로 굳은살 빼곡한 손을 가진 노 후보는 자장면 그릇을 한꺼번에 3개씩 나르는 ‘서빙 신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인은 좋은 행사라면 가는 것이다. 그걸 일부러 ‘뱁새의 눈’을 뜨고 지켜볼 필요는 없다. 역시 내홍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후보로 확정된 기동민 후보도 이날 오전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묘소에 참배한 뒤 이 지역 조기축구회와 상가를 돌았다.

사진=나경원 후보 및 노회찬 후보 제공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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