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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권영종] 빈번한 지하철 사고 막으려면

[시사풍향계-권영종] 빈번한 지하철 사고 막으려면 기사의 사진

“노후화된 전동차 교체 등 가시적인 조치와 함께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 시행돼야”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안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서울에서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해 무려 390여명의 승객이 다쳐 또다시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에서만 하루 700만명, 한 해 25억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추돌사고 외에도 탈선, 화재, 열차고장, 전기공급 이상, 자동운전장치 이상 등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28일에는 지하철 3호선 객실 내에서 70대 남성의 방화로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하철도 마음놓고 타지 못하는 세상이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지하철 사고의 원인으로는 차량 노후화, 낡은 신호·제동 장치와 안전점검 미흡, 신호 오류 등 이상 징후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 미흡, 부적합한 안전교육 등이 지적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하철 운영 적자 해소와 경영효율화의 미명 하에 단행된 철도차량 내구연한 철폐, 차량 부품검사 및 안전기준 완화, 정비인력 감축, 차량 점검주기 연장 등 안전을 등한시한 무분별한 안전규제 완화에서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사고가 나면 각종 대책을 쏟아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만큼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 지하철이 진정 사랑받는 시민의 발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일로서 노후화된 전동차와 신호·제동장치 교체, 통합운영시스템 구축, 즉각적 사고대응 조직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 등이 시행돼야 한다. 1대29대300의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하나의 대형사고 전에 여러 경미한 사고와 전조가 있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조그마한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안전예산을 별도로 확보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중교통 요금을 현실화해 경영 개선을 도모하는 동시에 운영회사에 지원하던 돈을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직접 주어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 요인으로서 느슨해진 안전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완화되었던 안전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경영 개선을 이유로 완화되었던 철도차량의 내구연한을 20년으로 환원하고, 차량부품 검사 및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비인력을 확충하고 차량점검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

셋째, 구조적인 안전시스템 정비와 안전교육 강화를 통해 사고를 방지하고 대응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시민의식의 변화이다.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안전을 위해 열차가 지연 운행하자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는 보도는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빨리빨리’ 문화에 젖은 우리가 다소 천천히 가는 것을 참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해선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안전에 대한 투자를 낭비가 아닌 성장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안전은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므로 성장을 위축시킨다고 생각하기 쉽다. 과거 환경과 성장의 대립을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극복했듯이 ‘안전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통해 안전과 성장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철저한 예방 대책을 수립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신속한 대응과 함께 원인을 철저하게 가려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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