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반중 시위… 한국 기업에도 불똥

남중국해 분쟁도서에서의 중국 측 원유시추 강행에 반대하는 베트남 내 시위가 격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베트남 남부 빈즈엉 성에서는 13일 중국 투자업체 파이스턴 어패럴 근로자 5000여명이 반중 시위를 벌였다. 일부 흥분한 근로자들은 업체 기물을 부수거나 불을 지르고 인근 업체 종업원들에게 시위 참가를 종용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이 몰려 있는 빈즈엉 성 4개 공단에서 발생한 시위는 인근 대만과 싱가포르 업체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 투자업체 자이통둥사 종업원 8000명은 오전 조업을 중단한 채 항의시위에 들어갔다. 대만 업체 1개 공장이 파괴되고 최소 2명의 대만 기업인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 업체 공장 4개 동이 불타는 등 600여개 공장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 업체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빈즈엉 성에서는 1개 업체가 불에 타고 수십개 업체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빈즈엉 성 시위가 한국 업체들이 밀집한 인근 동나이 성으로 확산되고 있어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 기업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직원 관리를 강화하고 비상연락망을 점검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14일 “베트남 근로자들의 시위가 중국과 대만기업 외에 외국 업체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한국 업체들에도 적잖은 피해가 났지만 현재로선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호찌민 지역의 중국산 휴대전화업체 판매상들은 시위가 지속되면 중국산 휴대전화 판매실적도 급감할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도 우리 교민에 대한 안전 조치를 요청하는 외교 공한을 베트남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베트남 외교부와 공안부에 교민 안전 요청을 위한 공한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또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은 한인회와 상공인 단체 등에 관련 내용을 전파하고 상황실을 설치해 사태 전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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