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9) 과테말라 ‘세마나 산타’

Է:2014-04-1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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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9) 과테말라 ‘세마나 산타’

중남미는 축제의 대륙이다. 소박하지만 주어진 것에서 여유를 누리는 그들의 낙천적인 문화는 수많은 크고 작은 축제를 만들어 발전시켜 왔다. 그 가운데 백미는 경건하고 거룩한 의식이 진행되는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들 수 있다. 해마다 고난주간부터 부활절까지는 전 세계 수만명이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찾는다.

이유는 하나다.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때 있을 성상행렬을 보기 위해서다. 세마나 산타란 성스러운 일주일이란 뜻으로 부활절 전 일주일을 말한다. 이 기간 예수의 행적을 재연하는 성상행렬 행사가 있다. 부활절 절기 예식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천명의 크리스천과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놀기 좋아하는 중남미 사람들도 고난주간만큼은 흥청망청 술을 마시거나 격한 언행과 일탈을 자제한다. 대신 차분하게 예수의 죽음과 그 뒤 부활의 의미를 묵상한다. 이때는 경건과 거룩함이 마음의 주제가 된다. 그중 열성적인 믿음을 가진 신자들은 자신이 세마나 산타에 어떻게 참여할지 골몰한다.

흥미롭게 지켜볼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고난주간 순례 행렬에 참여한다. 첫 번째는 카펫을 까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 성상이 카펫을 밟고 지나가면 영광이 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집 앞이나 마음에 드는 곳에 톱밥에 색소를 입힌 것과 여러 가지 재료들로 길에 개성 넘치는 예쁜 무늬의 카펫을 만든다. 그리고 행렬 때 그 앞에서 자신이 정성스레 만든 카펫을 거룩한 발걸음으로 밟고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예수의 옷자락만 잡아도 병이 나았던 혈루증 여인의 믿음처럼 말이다.

또 하나는 직접 성상을 드는 것이다. 성상의 한 귀퉁이를 들고 순례를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해마다 경쟁을 거쳐야 한다. 고난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성상 행렬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자리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외국에서 사전에 기부금을 낸 뒤 행렬에 동참하기도 한다.

성상 행렬은 교회에서 출발한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며 걷는 이들은 누구보다 장엄한 표정이 서려 있다. 순례하는 길 중간에는 연무가 피어오르는데 이것은 예수가 지나가기 전 길을 깨끗하게 만드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뒤따라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휘황찬란한 옷을 걸쳐 입는다. 성경 속 인물을 흉내낸 것이다.

밝은 날 시작한 행렬의 행진은 해질녘 도시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마무리된다. 끝 무렵 사람들은 예배당 안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그리스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기도한다. 모두 예수가 부활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경을 진리로 믿는 자들에게 다시 그리스도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고난주간, 나는 예수님의 이 땅에서의 삶을 묵상해본다. 나에게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는지 물어본다.

우리를 위한 사랑으로 기꺼이 고난을 당하신 주님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상의 복을 바라는 메시지에는 뜨겁게 환호한다. 하지만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는 메시지에는 침묵하는 것 같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을 통해 가슴에 새겨보자.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우리를 구원하셨다. 예수님의 삶은 아름다웠다. 늦은 밤 유난히 맑은 안티구아의 밤하늘,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찬가를 부르듯.

문종성 (작가·vision-m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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