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반격, 다이슨에 100억 손배소… 청소기 특허전쟁 재점화

소강상태를 보이던 ‘청소기 특허전쟁’에 재차 불이 붙었다. 영국 유명 가전업체 다이슨의 특허소송 공격을 받았던 삼성전자가 1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며 반격에 돌입했다. 근거 없이 ‘도발’하는 기업에 본때를 보여 유사한 특허분쟁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이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16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다이슨 측이 자사 영업을 방해하고 명예·신용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1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소장에서 “4년 연속 세계 1위 IT기업으로서의 위상, 약 63조원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영국 브랜드 파이낸스 평가)를 고려해 피해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슨이 지난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청소기 ‘모션싱크’에 대해 특허소송을 걸면서 대내외적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유사한 방법으로 삼성전자에 딴죽을 걸 수 있는 업체들에게 엄포를 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청소기 모션싱크는 본체와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본체회전’ 구조를 적용했다. 방향 전환이 쉽고 바퀴 윗부분이 안쪽을 향해 있어 갑자기 방향을 틀어도 뒤집히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다이슨은 곧바로 8월 삼성전자가 자사 실린더 청소기의 바퀴 굴림 특허를 침해했다며 영국고등특허법원에 제소했다. 삼성전자 측은 “모션싱크는 독자적인 기술연구를 통해 개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다이슨 제품과는 조정기술의 차이가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다이슨은 제소 이후에도 계속해 삼성전자를 비방했다. 맥스 콘체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 2013’에서 “모션싱크가 다이슨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기업들 때문에 정당한 경쟁이 되지 않아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슨은 소송을 제기한 지 74일 만에 자진 취하했다. 업계는 다이슨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후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얼마 뒤 영국고등특허법원도 다이슨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정하면서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역공에 나섰다. 다이슨의 소송 자진취하와 상관없이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100억원을 ‘우선’ 청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소송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구글·시스코 등과 잇따라 특허 협약을 맺으며 든든한 동맹군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도발’을 감행한 다이슨에 본때를 보여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이슨이 근거 없는 악의적 소송과 여론몰이로 우리 회사를 상습적인 특허침해 집단으로 매도하고 깎아내렸다”며 “출시 이후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모션싱크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 등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유사한 일이 또 발생할 우려가 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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