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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정부내 엇박자


부처간 협의해서 전력수요 전망 다시 짜야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예상량의 30%를 감축하는 내용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나왔다. 환경부는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0년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7억7600만tCO₂e)와 감축 목표를 2009년 이명박정부 때 제시했던 원안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근년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바람에 2009년 목표의 조정 요구가 대두됐지만 정부는 결국 기존 목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내린 것이다. 국제사회에 공표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안팎의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제시한 전력수요 전망치가 에너지 수급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로드맵의 2020년 전력수요 전망치는 4390만TOE(석유환산톤)로, 지난 14일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의 같은 시기 전망치 5250만TOE보다 2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부처의 중장기 계획들이 서로 다른 전력수요 전망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도 2주 간격으로 논란 없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런 간극을 없애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제2차 에기본 수립을 위한 관계 부처 논의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재산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산업부는 철강을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최근 설비 증설 등을 고려해 전력수요 전망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관철시켰다. 산업부는 2035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는 연평균 0.9%씩, 이 가운데 전력은 2.5%씩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5년 전 확정된 1차 에기본보다 연평균 전력수요 증가율을 0.3% 포인트 높인 것이다. 전력수요를 높게 잡으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확인으로 2차 에기본의 전력수요는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라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산업부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수급, 국내 산업계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목표가 환경부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처 간 정책 목표는 다르더라도 확정된 정부 계획은 다른 정책 목표 간의 조율과 합의를 거쳐 나와야 한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2차 에기본 수립 당시 환경부 의견을 무시했고, 환경부는 로드맵에 에기본의 에너지 수요 전망치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 다른 나라 부처들이란 말인가.

산업부가 2차 에기본에서 전력수요 전망치를 너무 높게 산정했다는 비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기본과 온실가스 로드맵의 2020년 전력수요 전망치 격차 860만TOE는 대략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6기의 발전용량에 해당된다. 즉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원전이나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다수를 지을지 말지가 좌우되는 중차대한 차이다. 올해 안에 확정될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에기본의 전력수요 전망치는 수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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