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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가 있는 날, 문화가 있는 나라가 되려면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돼 영화관, 국공립·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도 무료 또는 할인된 값에 이용할 수 있다. 29일이 바로 첫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그간 성장논리에 매몰돼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 시대를 맞았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정부가 늦게나마 문화의 가치를 인식해 위원회 등을 꾸려 선도해가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지만 진정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강국이라는 말만 있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 어른이 많다는 점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손쉽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영화로만 쏠리는 문화편중 현상도 고쳐져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문화를 창조하는 일선에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인의 위상을 높이고, 형편이 어려운 문화인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문학인에 대한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날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한류의 비약적 도약을 위한 아이디어도 개발해내야 할 것이다. 전통문화는 더욱 계승·발전시키고 세계적 수준인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문화는 이제 한 나라 국민 모두가 즐기는 차원을 넘어 산업화된 지도 오래됐다. 프랑스는 이미 1984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말을 ‘문화유산의 날’로 지정해 엘리제궁, 상원 의사당, 파리시청, 총리공관 등 평소 문을 열지 않던 공공시설을 비롯해 전국 주요 박물관, 미술관 등을 무료로 개방한다. 경제력에 있어 미국과 독일에 뒤지는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이 결코 낮지 않은 것은 바로 풍성한 문화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수 싸이의 활약으로 자동차 수만 대 수출 효과를 본 것에서 알 수 있듯 오늘날의 문화는 투자효과가 무척 높은 산업이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생가가 있는 북부 요크셔의 황량한 고원에는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문화계에 대한 전폭 지원은 바로 정부가 틈만 나면 강조하는 창조 경제를 살리는 길도 될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의 힘은 바로 국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화와 함께하는 국민들의 삶은 폭이 넓고 여유로우며 즐겁고 행복하다. 일찍이 한글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려자기를 만든 우리 민족의 지혜와 슬기를 볼 때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 일회성이나 전시성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 속에 제대로 자리 잡아 문화 향유는 물론 진정한 문화국가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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