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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정신대 지원 한 번도 하지 않는 경기도


경기도는 2012년 11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여성 근로자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에게 생활보조비 월 30만원과 진료비, 사망 시 장제비로 100만원 등을 2013년 1월부터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조례는 지금껏 시행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는 35명에 불과하다. 이들을 지원하는 데 한 해 1억∼2억원의 예산이면 충분하다. 지난해 15조5600여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경기도가 고작 1억원이 없어 지원을 못 했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해 11월 도의회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은 국가가 할 일이지 지방이 할 일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애초부터 지원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조례 시행을 촉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한 할머니들의 마음을 헤아려 경기도가 지금이라도 지원에 나서는 게 정도(正道)다. 다른 예산을 아껴 지원해도 부족한 판에 다른 일제시대 피해자와의 형평성 운운하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경기도의 행태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서울, 광주, 전남은 예산이 펑펑 남아돌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지원하려는 게 아니다. 2012년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한 광주는 지난해 16명에게 생활지원비 등으로 6596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10월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는 올해부터 할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1억68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전남 역시 올해부터 매월 30만원의 생활보조비를 지원한다. 광주와 전남의 예산 규모는 경기도의 5분의 1∼4분의 1 수준이다. 결국 근로정신대 할머니 지원은 예산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인 셈이다.

일제 강점기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했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보살피는 건 사회 구성원 전체의 몫이다. 중앙, 지방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지는 못할망정 못을 박는 짓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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