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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 뺨치는 文 교육감의 출판기념회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판기념회는 오해를 살 만하다. 6월 4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성격이 매우 짙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이번 교육감 선거에 나온다는 선언은 없었지만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나 다름없다. 그동안 30권이 넘는 각종 책을 내면서 좀체 갖지 않던 출판기념회를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에 연 의도는 불문가지 아니겠는가.

책 내용도 학구적인 교육이론보다 교권 신장과 독서교육, 독도교육, 국제중 문제 등 교육철학을 알리는 선거 유세용 성격이 짙다. 한마디로 재선을 겨냥한 출판물이라고 단정해도 무방할 정도다. 수도 서울의 교육 수장으로 책을 낼 수는 있겠지만 정치인도 참여한 공개 장소에서 행사를 치러야만 직성이 풀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출판기념회는 계파정치의 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불러 모아 비자발적인 헌금을 유도하는, 사라져야 할 구태 가운데 하나다. 출판기념회에서 참가자들이 내는 돈은 정치자금으로 규정된 것도 아니라 한도액이 없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래 국가동량의 교육을 책임지는 인사가 이런 행사를 갖는 것을 학생들과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교육감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었거나 열 예정이란 사실이다. 충남에서는 벌써 다섯 차례 출판기념회가 열렸으며, 전국적으로 20여명이 봇물처럼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신성한 교육의 장이 정치권에 오염되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한 교육감 선거가 기존 정치권의 악습을 따라한다면 과연 우리 학생들이 뭘 배울지 두렵지도 않는가.

책값이란 명목으로 10만∼20만원씩 내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현실에서 교육감 유력 주자들이 세금 고지서처럼 초청장을 보낼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진정으로 나라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교육감 선거에서만은 이런 후진적인 출판기념회가 사라져야 마땅하다. 설령 출판기념회에서 걷은 돈으로 교육감에 당선된들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문 교육감은 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도 탈락한 전임 교육감의 쓸쓸한 퇴장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서울대 교수에다 교육부 장관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에 흠이 가지 않도록 각별히 처신하기 바란다. 행복교육을 외치는 문 교육감의 출판기념회에 온 인사들이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를 계기로 교육계가 진지하게 자성하길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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