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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어촌공사 없애든가, 확 바꾸든가


한국농어촌공사 승진 시험 비리 사건은 공기업 개혁의 당위성을 웅변하고 있다.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치고 승진에 눈이 멀어 시험지를 미리 빼내 거래한 것은 이들을 믿은 농어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농어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공사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한낱 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대목은 이번 승진 비리의 원인이 공사 내 뿌리 깊은 파벌싸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공사의 전신인 농지개량조합연합회와 농지개량조합, 농어촌진흥공사 등 3개 기관 출신들이 서로 좋은 보직을 차지하기 위해 세를 키우려는 다툼에서 비리가 시작됐다니 어디 제정신인가. 통합 당시 직원 수가 가장 적었던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측 인사가 후배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불법을 시작했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농어촌공사의 비리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직원들로부터 수천만원을 정기적으로 상납 받고 법인카드 깡을 통해 공금을 빼돌리다 적발되는가 하면 허위 출장서를 작성해 뒷돈을 챙기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부패 사슬의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들어왔어도 도무지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역대 사장 대부분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라 적당히 자리보전만 하고 떠난 병폐가 송두리째 드러난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농업과 농촌 발전을 위한 핵심 공기업이다. 연간 예산만 수조원에 달하며 한국 농어촌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관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비리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어 최우선 개혁대상에 오른 지도 오래다. 이번에야말로 준엄한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개혁이 되지 않으면 조직을 없애겠다는 각오로 거듭나기 바란다.

이번에 적발된 농어촌공사의 비리는 우리 공기업의 부패와 부정이 인사·조직에까지 깊숙하게 번져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비능률 요소를 점검하는 동시에 부패와 비리 요소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번 비리가 공기업 개혁에 나선 정부 의지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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