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철도노조 이어 의사들마저 집단행동 나서나


정부와 의료계, 투쟁 아닌 대화로 갈등 풀어야

의료계가 또다시 집단행동을 선언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끝난 지 불과 며칠 만에 의사들이 대정부 투쟁을 들고 나왔다. 지난 연말 철도노조 파업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었던 국민들은 ‘이번에는 의사들이냐’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해부터 원격진료나 보험진료수가, 의료산업투자활성화 등 현안들을 논의해 왔다. 귀 따갑게 들었던 쟁점사항들이었다. 그런데도 몇 개월간 협상은커녕 의정(醫政)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의사협회의 파업투쟁 선언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 의협은 11∼12일 이틀간 500여명이 참석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협 산하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대정부 투쟁 로드맵과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건강보험 제도 개혁을 위한 향후 대응 방안, 대정부 투쟁 성공 전략까지 확정하겠다고 했다.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투쟁의 모습이 14년이 흐른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의사는 누구나 선망하는 고소득 전문직군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어느 직종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의사 자신들이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의사들마저 철도노조마냥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간다니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어느샌가 거친 투쟁문화만이 남았다. 갈등을 풀어갈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이 없다. 자신들의 요구가 원안 그대로 관철되지 않으면 무조건 투쟁을 외친다.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왜곡된 시위문화가 관행이 되다시피 한다.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마저 달라진 게 없다면 우리에게 과연 미래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회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 의견 차이가 곧 갈등의 단초다. 민주주의는 의견차를 조율해 갈등을 해소하는 합의 정치 시스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갈등을 대화와 타협이 아닌 집단투쟁으로 해결하려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한국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비용이 연간 82조∼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만 된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가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 사회 갈등의 후유증과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후 정권마다 의료계의 불신을 초래했다. 그동안 정부의 의료정책 보고서에 소통의 흔적들이 없었다. 불신의 골이 깊었더라도 지금부터 의정 간 신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의사들이 청진기를 내던지고 머리띠를 두른 채 거리로 나서야 되겠는가. 정의당 등 정치권까지 가담한다고 한다. 자칫 의정 충돌의 해법이 더욱 꼬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투쟁일변의 의료계는 달라져야 한다. 진료수가 현실화 등 속내는 감춘 채 명분만 앞세운 대정부 투쟁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유일한 해법은 진정성 있고 차분한 의정대화뿐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