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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선거 공천폐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4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에선 진작부터 후보들이 표밭을 갈고 있다. 황당한 것은 아직도 선거의 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8대 대통령 선거 때 여야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으나 여태 법제화되지 않았다. 여야는 지난해 정기국회 막바지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이와 관련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이 1년 넘도록 손놓고 있었으니 명백한 직무유기다. 2월이면 선관위에 예비후보등록 신청을 하도록 돼 있는 만큼 선거법 정비를 서둘러야겠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뒤집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중앙정치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종의 특권인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그 수가 크게 늘었다.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달 27일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다수의 참석자들이 공천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개특위가 의도적으로 공천 유지론자들을 간담회에 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주요 정당 지도부도 득실계산에 한창이다.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로 내세웠다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발을 빼다니 국민우롱에 다름 아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후보 난립, 지역 금권정치 확산, 여성의 정치진출 제약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방의 행정 및 정치가 중앙 정치권의 예속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점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지금처럼 특정 정당의 공천으로 쉽게 당선되는 구조에서는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이 공천권을 쥔 중앙당과 국회의원만 쳐다보기 때문에 정작 유권자인 지역 주민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공천 과정에서의 금품수수와 이권개입 차단도 큰 장점이다.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공천 폐지에 특히 소극적이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 비해 불리하다는 손익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공천을 하지 않으면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후보가 난립하게 되고, 이 경우 현재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출신 기초 단체장과 의원들이 득표에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정치발전과 국리민복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당략이 개입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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