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에 日 정부 개입했었다

1923년 9월 1일 규모 7.9의 대지진이 일본 도쿄 인근을 강타했다. 바로 관동대지진이다. 사망자 10만여명, 전파·소실가옥 수십만채, 이재민 190여만명 등 엄청난 규모의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이날을 ‘방재(防災)의 날’로 기념할 만큼 비극적인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관동대지진은 한국으로서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 주민들로 구성된 자경단에 까닭 없이 붙잡혀 폭력과 학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학살당한 수는 당시 도쿄제국대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 교수의 조사로는 2711명, 상하이에서 발행되던 독립신문 조사로는 6415명이다. 오늘날 일본 역사학계에서는 대략 ‘1만명 전후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폭력의 주체다. 당시 내무성이 지방에 보낸 전문에는 “도쿄 부근에서 일어난 지진을 이용해 조선인이 각지에서 방화하고 불온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고 돼 있어 사실상 재일 조선인을 범죄자로 지목했다. 일본 정부의 개입 정황이 엿보이지만 그간 일본 정부는 학살과 무관하다고 발뺌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자 조사 문서에는 일본 정부의 개입이 확인된다. 문서에는 20∼30명에 대한 피살 경위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는데 함경도 출신의 박성실(30)씨의 경우는 피살 일시에 약간 오기가 보이지만 ‘헌병에게 총살당했다’고 분명하게 기록돼 있다. 일본 정부가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 정부는 이 문서에 대해 답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작금의 얼어붙은 한·일 관계 또한 침략의 역사를 옹호하려는 일본 정부와 이를 문제시하는 한국 간의 대립에서 빚어졌음을 감안할 때 더더욱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가 요청된다.

아울러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의 피해사실을 조사한 기록이 어떻게 60년 동안이나 방치돼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직무유기는 아닌지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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