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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성병창] 일반고 강화방안 후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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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선발 시기와 방식상 자사고에 우수학생이 모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최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8월에 시안을 발표하고, 두 달 만에 수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동안 논쟁의 핵심이 되었던 것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제도 개선이었다. 당초 교육부는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겠다는 시안에서 일부 인정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학교 유형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사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대부분 입시 위주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교 간 서열화를 더욱 촉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인식했다. 결국 현행 자사고 제도를 유지하는 한, 전체 고교생의 71.5%가 다니는 일반고의 정상화와 ‘꿈과 끼’를 살리는 중학교 교육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평준화 지역 내 자사고는 성적 제한 없이 학생을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선발토록 하는 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시안에 대해 자사고의 집단적 반발이 있었고, 이를 일부 수용하여 최종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최종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강화시키기 어렵다.

첫째, 선발 시기로 인해 일반고의 역량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고교 입시 전기에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가 학생을 먼저 선발한다. 전기와 후기 사이 그리고 후기에서 다른 유형의 학교가 먼저 학생을 선발하고 마지막으로 일반고가 추첨으로 학생을 배정받는다. 일반고가 아닌 학교가 우수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제도여서 일반고 진학 학생 중 우수 학생 비율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

둘째, 선발 방식의 차이이다. 일반고보다 먼저 뽑는 특목고나 지방의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해 선발하고, 일반고에서는 나머지 학생들을 추첨으로 강제 배정받는다. 이런 차이는 고교 서열화를 자연스럽게 유발하고, 일반고를 수준 낮은 학생들이 다니는 곳처럼 인식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비정상적 운영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지방의 자사고 및 특목고의 중학교 내신성적 반영으로 인해 중학교에서는 내신 변별력을 유지하고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이는 90%이상의 학생이 중학교 교육과정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고,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들 학생들이 대부분 일반고로 진학하고, 이들의 불만은 일반고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넷째, 서울지역 자사고에 도입되는 면접은 ‘스펙’ 쌓기를 부추기게 된다. 새로 도입되는 창의 인성 면접은 수험생이 작성하는 자기 개발 계획서와 교과 성적을 뺀 학생부 내용을 바탕으로 선발한다. 이러한 면접은 결국 교내의 활동 실적과 다양한 이력 등을 참조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의 정상적 교과활동 외에 부가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이고, 이는 학생의 능력 이외에 부모의 교육적 지원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부모에 의한 이력 쌓기는 중학교에서 교육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일반고 진학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고의 교육역량이 특목고나 자사고 등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라 특목고 및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해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 문제다. 고교 간 차별적 선발은 분명 시대적으로 뒤처지는 제도이다.

당초 교육부 시안은 고등학교 교육체제를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정책 의도와 일반고의 하락을 촉진시켰던 고교다양화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일반고의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최소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기존의 고교체제로 돌아간 교육부의 최종 정책은 어떤 의도인지, 과연 고교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조령모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부는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병창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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