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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웰빙… 이제 슬로푸드 시대] 느리다, 여유있다, 건강하다… 묵힌 장·발효 김치의 참맛

[유기농… 웰빙… 이제 슬로푸드 시대] 느리다, 여유있다, 건강하다… 묵힌 장·발효 김치의 참맛 기사의 사진

슬로라이프, 슬로시티, 슬로푸드, 슬로뷰티, 슬로관광, 슬로청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슬로(Slow)’가 유행하고 있다. 너도 나도 ‘빨리 빨리’를 외쳐대던 사회가 느림의 미학과 미덕을 인정해 가고 있는 증표로 볼 수 있다. 그 중 식생활과 관련한 ‘슬로푸드’ 운동이 요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운동은 식탁을 넘어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국민일보에 ‘쫓기듯 햄버거로 뚝딱…학원 가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갔다. 기사는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이 시간에 쫓겨 패스트푸드로 한 끼 식사를 때우는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성장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는 점을 전했다. 누구나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나쁜 식생활이 건강을 위협하고 전통 양식과 문화마저 바꿔놓는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슬로푸드(Slow food)’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에 대치되는 것으로 건강과 생활을 중시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연의 속도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을 일컫는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먹던 그대로 오랜 시간 묵혀 그 참맛을 느끼면서 먹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 삭힌 음식인 젓갈, 익혀 먹는 김치, 달여 먹는 엿, 발효과정을 거친 술 등이 대표적이다.

생명이 있는 먹을거리는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삶을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 그러나 이런 먹을거리가 속도 논리에 밀려 점점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우리의 전통을 이어왔던 수많은 지역음식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하게 됐다.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 깨끗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음식, 제값을 주고받는 공정한 음식을 만들어 섭취하자는 운동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브라(Bra)에 맥도널드 매장이 들어서자 이에 반발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시민운동이다. 당시 이 운동을 주도한 음식 칼럼니스트 카를로 페트리니(63)는 현재 국제슬로푸드본부를 이끌고 있다. 국제슬로푸드본부는 1989년 광우병 파동으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 세계 160여 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조직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이 운동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2000년 10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제1회 슬로푸드시상대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김종덕(경남대) 교수가 언론에 슬로푸드 운동을 소개했다. 이어 이듬해 10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서 남해안의 전통 어로법으로 생산된 죽방멸치가 상을 받으면서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관련 서적이 나오고 패스트푸드의 문제와 그 대안으로 슬로푸드가 빈번히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사단법인 슬로푸드문화원이 출범하고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슬로푸드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중 경기도 남양주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2009년 슬로푸드문화원과 민·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협약을 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예 행정부서인 ‘슬로라이프과’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2013 남양주슬로푸드국제대회(AsiO Gusto)’를 유치했다.

슬로푸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 ‘웰빙’ 등과 함께 시대를 풍미하는 단어로 자리 잡은 상태다. 음식문화에서도 새로운 ‘한류’가 만들어질 토대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슬로푸드본부 페트리니 회장은 27일 “한국의 음식문화는 아주 풍성하다”면서 “임자수탕과 불고기쌈 등 몇 가지 음식은 세계인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주=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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