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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윤광웅] 제주도와 해군기지

[시사풍향계-윤광웅] 제주도와 해군기지 기사의 사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으로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지리적으로 보면 향후 해상 물동량이 증가될 것으로 보이는 남지나해로 신속하게 진출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뜻한 기후와 한라산이 형성하고 있는 지형은 국내외적 관광명소로 그 가치를 더해 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 해군과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가까운 예로 196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은 김영관 해군총장(당시 준장)을 제주도 지사로 임명하여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 발전에 기여하도록 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이때 제주도의 남과 북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함으로써 제주 도민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아 도로 정상에 공덕비까지 서게 되었다.

해군총장이 知事 맡은 고장

1970년대 초 필자의 기억도 새롭다. 당시 제주도에서 필요로 하는 건설 중장비를 수송할 선박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해군 함정(LST-812함)이 이들 중장비를 탑재하고 위험한 해상 상태에도 불구하고 화순항 해안에 어렵게 접안하여 수송한 바 있다. 당시 제주 도청과 도민들로부터 받은 열렬한 환영은 필자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에 대한 추억이다. 이렇게 우리 해군은 제주도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 남쪽 강정마을에서 해군 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위험한 대치 상황은 제주도와 해군의 그처럼 좋았던 관계를 순식간에 와해시킨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염려스럽다. 더욱이 필자가 국방부장관으로 재직하던 2004년 9월 미래 동북아 해양안보를 위해 이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계획하였기에 지금의 사태는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안은 재직 시 경험했던 평택기지 사건 때보다 이해 당사자 간의 대립이 더 첨예화되는 것 같다. 소수의 반대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언어의 선택을 볼 때, 그리고 국가안보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측의 위기관리 능력을 볼 때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는 것 같다.

먼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국방사업을 추진할 경우 이번처럼 정부(해군)가 이해의 직접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한 보상조치를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다수의 동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반대자들의 저지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고 추가 경비를 부득이 지출해야 하는 것은 향후 예상되는 국방 시설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관광산업에 획기적 동력

해군이 미래 해양안보와 더불어 강정마을은 물론 제주도의 발전에 기여코자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해군기지는 마키아벨리가 일찍이 주장한 ‘국방의 국가지붕론’을 넘어 제주도의 해양관광 사업에 획기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나폴리(미 6함대 사령부 주재),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진주만, 싱가포르 등 수 많은 미항(美港)들이 해군 함대와 더불어 성장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 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소수 반대자들에 대한 정부 관리능력의 한계이다. 그동안 해군과 정부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그들이 제시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다 보니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 미항’이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명칭만 보더라도 해군 당국이 고심한 흔적을 헤아릴 수 있다. 그럼에도 소수의 반대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으니 정부는 관리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 생각에 중요한 것은 중앙 정부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성의를 다해 설득과 타협을 부단히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당국은 굳건한 원칙을 가지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해상도발에 대비해야 할 해군 간부들이 하루속히 제 자리로 돌아가 본연의 임무에 임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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