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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아인 박사 1호’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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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아인 박사 1호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17일 오전 서울 상도동 숭실대에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받는 오영준(37·사진)씨. 휴먼컴퓨터(HCI) 시스템을 10여년 연구한 끝에 이룬 결실이다.

오씨의 박사 논문 제목은 ‘장애인을 위한 다중 카메라기반의 지능형 공간’으로 카메라와 센서, 증강현실(AR) 같은 기술을 이용, 장애인이 물건을 인지하고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을 다뤘다. 이 연구는 노인용 복지형 스마트 홈 시스템이나 실내 CCTV 시스템, 실내 로봇 이동 시스템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오씨는 박사 과정에서 4.5 만점에 4.04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오씨는 제주 성산포에서 태어나 두 살 무렵 사고로 청력을 잃었다. 힘겨운 시간이 시작됐다. 친구들이 읽고 듣고 배우는 시간을 오씨는 똑같이 누리지 못했다. 어릴 적 교과서는 형, 누나였다. 어깨 너머로 형, 누나를 따라하는 게 배움의 시작이었다. 진도를 따라가려면 그만큼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땐 공부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포기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력 끝에 서울농아학교와 성공회대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했고 2003년 숭실대 컴퓨터학과에서 ‘수화번역시스템’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에는 카이스트 인간친화 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청각장애인이 직장 동료와 보다 손쉽게 의사소통하도록 문자를 수화로 번역하는 가상로봇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활용해 ‘하이아바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아바타’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실시간 방송중계 화면을 아바타가 수화로 실시간 통역해주는 서비스다.

오씨는 2007년 한국 퍼지 및 지능시스템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과 우수 발표상을, 대한전자공학회와 대한전기공학회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선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시민단체인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정책위원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오씨는 삼성전자 DMC연구소 경력사원 면접에 합격해 신체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청각장애인교회에 출석하는 오씨는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으론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저와 가족은 물론 농인계가 크게 기뻐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은혜와 학업을 도와주신 교수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아직도 국내 청각장애인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희망찬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마련에 만전을 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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