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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차흥봉] 복지 포퓰리즘 아닌 진정한 생활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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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대선의 해를 맞아 복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정강 정책을 발표하면서 복지를 제1의 목표로 내세웠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진작부터 보편적 복지, 무상복지를 내세우며 복지정책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리스의 부도위기와 유럽발 경제위기를 보면서 유럽 복지국가와 같은 지나친 복지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복지재정 때문에 부자세 등 세금을 지나치게 올려서는 안 된다는 보수층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략에 따른 정책 왜곡은 안돼

올해는 유럽 복지국가의 교본이라고 일컬어지는 베버리지보고서가 발행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종반에 나온 이 보고서는 영국에서 발간되자마자 100만부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20세기 초에 이미 발달한 비스마르크형 사회보험제도와 루스벨트형 공공서비스제도의 장점을 반영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 소득보장, 고용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국가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 전쟁에 시달려온 국민들이 열광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후 영국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베버리지보고서가 제안한 복지정책을 실천에 옮겼다.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인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원리를 기본으로 하면서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유럽형 복지국가의 모형이다. 이 모형의 이념적 지향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를 조합하는 것이다. 당시 전 세계로 확산되던 사회주의체제는 아예 부정했다. 기본적으로 완전 좌파정책이 아니고 자본주의 체제를 보완하는 우파정책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1948년 건국헌법을 제정하면서 우파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유럽에서 발달한 복지국가정책을 도입하기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30여년간은 전쟁, 혼란, 빈곤 등 시련을 겪으며 복지정책을 거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70년대 말 이후 지금까지 35년 정도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선진국이 발전시켜온 사회보험제도, 공공서비스제도 등 웬만한 복지제도를 갖추게 됐다. 사회복지 재정지출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것도 앞으로 10여년 정도면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동안 발전시켜온 복지정책의 틀을 완성하고 내실을 다지며 복지국가의 목표를 충실히 추구하는 것이다. 국민의 표를 생각하는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생활보장을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정략적 이해관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진보, 보수 이념 싸움 때문에 복지정책의 왜곡을 가져오는 일도 피해야 한다.

유럽 값진 경험 교훈 삼아야

유럽제국은 1970년대 이후 복지국가의 위기를 경험하고, 복지정책의 개혁을 추진했다. 과도한 복지에 따른 정부 재정적자와 경제성장 둔화 등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값진 경험을 교훈 삼아 경제성장과 사회복지가 균형 발전하는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국가의 전형은 인간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념적 지향은 개인의 자유, 경쟁과 부의 축적을 기본으로 하되 더불어 사는 공동체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책임과 국가책임의 조화가 기본이다. 국민 개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하고 국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재원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중산층이 두터운 원형 복지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보건복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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