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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황병무] 통일 對 독립, 대만 대선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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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대만에서는 총통선거가 치러진다. 집권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62)총통과 제1야당 민진당의 여성 후보 차잉원(蔡英文·56)주석은 현재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이번 대선에서는 연임에 도전하는 마 총통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돼왔다. 2008년 마 총통 집권 이후 양안 간에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16개의 협정이 체결됐다. 2010년 성장률도 10%를 웃돌았다. 또 세계보건기구의 옵서버 자격을 비롯해 6개의 새로운 국제기구에 가입했다.

하지만 중국은 군사위협을 축소해 달라는 대만의 요구를 무시했다. 양안 간의 군사력 균형은 해마다 중국에 유리해지고 있다. 대만에는 마 총통이 재선되면 경제·정치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대만 주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반감도 커지고 있다. 마 총통이 지난해 10월 신해혁명 100돌 기념행사에서 재선되면 중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힌 뒤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 것은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92공식(共識)’대 ‘대만공식’

마 총통은 3일 뒤 평화협정 체결의 가부는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했다. 야당은 마 총통이 야당 시절 천수이볜 민진당 정권의 국민투표 제안에 항상 반대해왔던 과거의 언행을 상기시키면서 그 모순을 규탄했다. 최근 열린 TV 공개토론은 대선의 쟁점이 중국 문제에 있음을 보여줬다. 1992년 공식(九二共識) 대 대만공식(臺灣共識) 간의 대결, 곧 통일을 지향하느냐, 독립을 지향하느냐의 통독(統獨)논쟁이다.

‘92공식’은 1992년 ‘해석은 각자 한다’는 조건으로 양안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기로 합의한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차이 후보는 ‘92공식’이 당시 당국자들 사이에 이뤄진 합의일 뿐이라는 점을 들어 대만 국민의 콘센서스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그는 ‘대만은 민주주의’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양안의 차이를 인정하고 전략적 상호이익을 추구할 것을 강조했다. 양안에는 각각 하나의 국가(一邊一國)가 존재함을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양당 모두 선거전에서는 자신의 속내를 분명히 드러내기를 꺼린다. 중도를 껴안아야 승리하기 때문이다.

대만 민주화와 국가 정체성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대만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30여년 전에는 대만인 중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90% 이상이었다. 최근 대만 정부의 여론조사에서 ‘나는 대만인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5%, ‘나는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다’는 12%, 그리고 ‘나는 중국인일 뿐이다’는 12%로 집계됐다.

이러한 국가 정체성의 혼란은 통일과 독립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국민당 계열의 연합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일 지지는 11%에 지나지 않으며 독립 지지가 25%, 현상유지가 53%로 집계됐다. 양안 교류의 속도는 과반수가 적당하다고 밝혔으며, 현 단계에서 평화협정 같은 정치적 문제의 논의에 대해 대다수가 불만을 나타냈다.

새 정부, 제3의 길 택할듯

대만 민주화가 통일에 미친 역설, 그것은 바로 양안 간에 경제적·문화적 교류의 양은 증가하는데 이념과 가치 면에서는 더욱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누가 당선되든 대만정부는 독립도 통일도 아닌 제3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양안의 평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변국에 좋은 일이다. 최근 서울대의 한 연구소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일인식 조사에서 20대 3명 중 1명이 통일은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민주적 가치와 미래 삶의 불확실성 때문일까. 정부는 젊은 세대의 통일인식을 높이기 위한 여건조성에 힘써야 한다.

황병무(국방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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