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그레샴의 법칙
성탄절도 지나 올해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 강추위를 잊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부의 절전 정책 때문일까. 그것보다는 앞날에 희망이 없다는 국민이 반을 넘는다는 통계청 조사에서 나타나듯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인 듯하다.
하기야 뜻있는 이들은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오고 한자리 차지하겠다며 악다구니를 쓰는 사이비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그럴밖에. 오로지 뭉치면 산다는 구시대적 구호 하나로 청탁불문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끌어 모은 야당이나 치마폭에 숨어 의미 없이 선수만 늘이는 여권의 다선중진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마음 둘 데 없는 청년층을 대변하는 척하며 온 나라가 제 손에 있는 양 날뛰는 좌파 선동가들도 한 통속이다.
보수와 진보, 여야를 떠나 국민들로부터 괜찮다는 평판을 듣는 정치인은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고, 사라졌으면 하는 이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밤낮없이 일하던 해양경찰이 중국의 불법 어로 선장의 칼에 찔려 숨져도 누구하나 변변히 항의하는 사람도 없다. 북한의 공격에 순직한 군인에게는 위로의 말 한마디 보태지 않다가 김정일 사망에는 조문가자고 목청을 돋운다. 상식이 안 통한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것이 아닌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화폐유통의 고전적 법칙이 뒤늦게 한국사회에서 실감나게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그레샴의 법칙’이란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 화폐가치로서 유통되는 경우, 귀금속 가치가 높은 화폐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만 유통된다는 뜻이지만 신용화폐가 중심인 요즘 사회에선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정치권의 이런 저런 현상에 나름 목소리를 냈던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자들마저 혼탁한 정치판으로 떠나 버렸다는 것이다. 정당의 소통부재를 얘기하며 출사의 변을 댔지만 공허하다. 권력의 단 맛에 길들여졌다는 오해를 피할 길이 없다.
유력한 노동단체들도 편을 갈라 입맛에 맞는 정당과 배짱을 맞춘 지금의 현실을 선량한 시민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제 심판이 없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시대에 돌입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조차 하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우리 사회에도 곧 양화 같은 의인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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