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부활하는 폐족

Է:2011-12-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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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족(淸族)은 독서를 하지 않는다 해도 저절로 존중받을 수 있으나 폐족(廢族)이 되어 세련된 교양이 없으면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는 것도 서글픈 일인데, 너희들 스스로가 천하게 여기고 얕잡아 보고 있으니 스스로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다.”

다산(茶山) 정약용이 1801년부터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청족은 ‘대대로 절개와 의리를 숭상해 온 집안’이고,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그 자손이 벼슬할 수 없는 집안’이다. 후견인인 조선 22대 왕 정조가 갑자기 숨지면서 정약용은 폐족이 됐다. 그럼에도 자식들에게 비굴하지 말고, 꿋꿋이 살아가라고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폐족’이란 단어가 눈길을 끌었던 때는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직후인 2007년 12월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오른팔인 안희정씨(현 충남지사)가 “친노(親盧)는 폐족입니다. 죄 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입니다”라고 말했다. 2002년 노무현 정권을 화려하게 탄생시켰으나 실정(失政)을 책임지고 5년 만에 폐족을 선언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노 전 대통령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친노세력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역학구도를 보면 친노세력의 부활은 시간문제다. 친노세력 ‘맏언니’로 통하는 한명숙 전 총리는 민주통합당 대표로 유력시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노리면서 내년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친노세력 약진의 징후는 이미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다. ‘폐족’을 선언했던 안씨는 충남지사에, 노 전 대통령 왼팔인 이광재씨는 강원지사에,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씨는 경남지사에 각각 당선된 것이다. 지방권력에 이어 중앙권력으로 진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舊)민주당은 이런 흐름을 놓친 채 기득권 유지에 급급했다. 그 결과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도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폐족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한심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분위기가 불리하게 전개되자 친노 세력이 ‘폐족’을 선언했던 점을 끄집어내 역공을 취한 적이 있다. 조만간 자신들이 폐족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을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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