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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출판] “필리핀 빈민들 모습에서 주님을 봤다”… ‘배를 끌고 산을 넘는다’

[기독출판] “필리핀 빈민들 모습에서 주님을 봤다”… ‘배를 끌고 산을 넘는다’ 기사의 사진

배를 끌고 산을 넘는다/홍성욱 김한나 지음/신앙과지성사

해외 선교사에게 ‘왜 선교사가 되었나요?’ ‘선교하기는 어떤가요?’ ‘선교는 어떤 식으로 하는가요?’ 하고 묻는 건 좀 어리석다. 간혹 나름대로 정리를 해주는 선교사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의 문답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한 부부 선교사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책으로 엮었다.

필리핀 마닐라 외곽 빈민촌인 깜덴 지역. 빈곤, 질병, 중독, 범죄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이다. 쓰레기와 배설물이 뒤덮인 가운데 사람과 동물이 경계선 없이 뒤섞여 살고, 집집마다 환자들이 즐비하고, 온통 놀고먹는 남자들이 있는 곳이다. 홍성욱 김한나 부부 선교사의 거주지이자 사역지다.

책은 부부가 어떻게 그리고 왜 그곳에 들어가게 됐는지부터 13년 동안 그곳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고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 그 속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깊고 오묘한 섭리 등을 담고 있다. 부부의 생활과 느낌 등을 진솔하게 쓴 일기이자 에세이이면서 현지의 선교 상황과 영적인 변화를 깊이 있게 그린 사역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빈민들의 애처로운 눈동자 때문에 그만 발목이 붙잡힌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님의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여읜 손은 주님의 손으로 우리 손목을 당기고 있었고, 그들의 여읜 목덜미는 주님의 뒷모습으로 뒤돌아보고 있었다. 점점 ‘두려운 용기’에 발이 붙들린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탄탄한 공력으로 무장한 홍 목사. 누가 봐도 전도유망한 엘리트였던 그가 미국행을 앞두고 떠난 필리핀 여행에서 그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경남의 한 복지원에서 7년간 장애인과 부랑인, 중독자들을 위해 고생했는데, 하나님은 기어코 진짜 고생길로 이끌었다. 홍 목사야 그렇다 치자. 사모는 무엇인가? 그녀야말로 의학, 교육학, 공연예술 등을 공부한 재능꾼인데…. 하지만 기꺼이 남편을 따랐다. 아니, 하나님께 순종했다. 현재 부부가 끌어가는 깜덴나눔공동체에는 깜덴나눔교회를 비롯해 유치원, 무료병원, 소망학당, 영성사관학교, 사라나눔병원, 무료직업훈련원, 드림예술단 등이 속해 있다.

“깜덴 사람들은 내 삶 속에 부활하신 예수님이다. 나를 다시 만드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그림자이다. 우리가 본 그들의 겉모습은 하나님의 외투였다. 남루한 외투 속에 겹겹이 숨겨 입으신 찬란한 사랑의 옷들을 벗어 입혀, 당신은 또다시 벗고 우리를 입히시는 곳, 거기에 깜덴 사람들의 모습으로 예수님이 서 계신다.”

책은 부부가 따로 쓴 글을 함께 묶었다. 글 속의 나, 즉 필자를 밝히지 않으면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다. 글 속의 사상과 영성이 똑같다. 문체도 너무나 흡사하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부르심’ ‘동행하심’ ‘책임지심’의 3부로 나눠 담은 글들이 너무 아름답다.

“우리 부부의 치열한 목회는 계속된다. 한국인이 아니면 포기하고 떠나기가 쉬웠을 이곳에서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그저 받은 사랑의 빚을 갚으려 나눔의 피리를 분다.”

책을 읽으면서 일단 울어야 한다. 그리곤 웃어야 한다. 책 내용이 그렇게 만든다. 감동이 이어진다는 말이다. 쓰레기장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찬가를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동영상처럼 펼쳐진다. 제목처럼 배를 끌고 산을 넘는 역설과 모순이 하나님의 뜻으로 은혜와 감동으로 바뀌는 과정이 오롯하게 나타난다. 유기성(선한목자교회) 홍성국(평촌교회) 김병삼(분당만나교회) 목사 등 감리교단의 내로라하는 목회자들의 극찬이 추천사로 달려 있다.

“주님이 나를 오래 참아 배를 끌고 산을 넘어 주셨듯이 나도 그들을 오래 참아 배를 끌고 산을 넘는다. 넘을 산을 다 넘고 나면 반드시 주님이 변하게 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주님이 끌어주는 배를 타고 산을 넘어 내가 변한 것처럼 그들도 변하리라.”

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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