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이희철] 건강을 칠하는 ‘착한 페인트’

[시론-이희철] 건강을 칠하는 ‘착한 페인트’ 기사의 사진

‘톰소여의 모험’에 아이들이 사과를 줘가며 톰이 하는 페인트칠을 서로 하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구쟁이 톰의 재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페인트는 오래 전부터 건물의 내외부뿐만 아니라 집안의 가구에서부터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는 도료다. 우리는 페인트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전 집 단장 중 가장 큰 일이 페인트칠이었다. 칠을 마친 후 ‘칠 주의’라고 안내문을 붙여놓으면 칠이 마를 때까지 골목 안엔 ‘뼁끼 내’라고도 불린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다. 그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고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환경·인체에 유해한 VOCs

이는 페인트칠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페인트에 섞어 사용하는 유기용제가 건조과정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내뿜기 때문이다.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자일렌 등 VOCs는 대기 중에 방출되면 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 악취를 유발하고 오존을 생성시킬 뿐 아니라 호흡기 흡입을 통해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킨다. 게다가 두통, 현기증, 백혈병 등을 일으키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새집증후군, 아토피, 천식 등 여러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07년 수도권 지역의 VOCs 배출량은 29만2000t이나 된다. 이 중 페인트 사용에 따른 배출량은 37%로 10만7000t이다.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배출량은 약 14%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페인트의 VOCs 배출이 2014년에는 2007년 대비 2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수도권지역에 공급되는 페인트에는 VOCs가 적게 함유된 제품만 공급되도록 기준을 법으로 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기준 이내로 제조한 페인트를 환경친화형 페인트라 할 수 있다. 제품 겉면에 ‘수도권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사용가능한 제품임’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의 ‘착한 실천’ 절실

특히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천연 페인트, 유기용제 대신 물을 희석제로 사용하는 수성 페인트, 고형분 함유량이 높은 페인트(하이솔리드형 페인트) 등은 VOCs 함유량이 낮은 대표적인 환경친화형 페인트라고 할 수 있다.

페인트 제조자나 판매자의 경우 VOCs 함유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으나 문제는 소비자다. 페인트 소비자의 범위는 다양하고 광범위하여 VOCs 함유량이 높은 희석제를 구매하거나 사용해도 마땅한 규제방안이 없다.

환경부는 페인트 소비자들이 VOCs를 줄일 수 있도록 7월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SH공사 등 공공부분 도료 다량 사용자와 환경친화형 도료 사용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추진한 바 있다. 이 협약으로 연간 250t의 VOCs 저감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것은 수도권지역의 페인트 사용에 따른 VOCs 배출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양이다. VOCs를 줄이기 위한 다른 민간부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특히 요즘 DIY(Do It Yourself)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가구나 간단한 소품을 직접 만들면서 일반인의 페인트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 환경친화형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에 비해 20∼30% 정도 비싸지만 환경친화형 페인트를 사용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환경과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실천은 조금 더 쉬워질 것이다.

실제로 유성페인트보다는 VOCs가 적게 함유된 수성페인트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 작업 도중 발생하는 두통도 훨씬 덜하고 공기도 깨끗해진다. 환경친화형 페인트를 사용하는 착한 실천이 우리 건강도 지키고 맑은 공기도 지키는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희철 수도권대기환경 청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